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입양--부모님
    부모님 이야기 2017. 7. 21. 08:33


    첫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게 2015 년 9 월, 

    그 달 아버지가 넘어지셨다.


    팔이 부러지셨고,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셨으며, 이 건강 상태로는 한국에 돌아갈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 

    엄마와 아버지는 졸지에 미국에 머무시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지경이라 우리는 내내 초긴장 상태에서 아버지를 돌보면서 방을 개조하고, 보험을 들고, 영주권을 신청하고, 한국의 재산 정리를 하고, 부모님의 집을 팔았다. 

    2016 년 8 월 둘째가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났다. 

    아버지의 건강은 많이 회복되었으나 연세가 연세이니만큼 아주 약한 바람에도 감기에 걸리실 수 있고, 캘리포니아의 일교차는 언제고 건강을 해할 수 있는 복병이라 우리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부모님 덕에 두 아이가 떠난 집에 휑하지 않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아주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부모님을 '입양'해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바쁘게 산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바빴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아침 7 시부터 자정까지 full-time job 이고

    남편은 회사에서 돌아온 다음에 육아를 도와주던 20 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를 도와 아버지 어머니를 섬긴다.


    가끔 부모님이 편찮으실 때 낙담하고,

    육체적으로 피곤해서 힘들기도 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아이 키울 때나 마찬가지, 다 지나가는 감정이다.


    남편과 나의 관계도

    우리가 너무 바쁘다보니 내가 남편에게 해주는 게 너무도 없다 싶어 '이 사람이 나랑 이혼 안 하는 게 신기하다' 싶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이 안든다. 

    나는 남편의 성실한 봉사가 감사하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남편은 내가 부모님을 잘 모시려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천천히 머리 감는 것도 사치가 되고

    책 한줄 읽기도 전에 잠에 골아 떨어지고

    슈퍼에 잠깐 가는 것도 계획해서 가야하고,

    2 주 휴가를 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그 옛날, 아이들을 고생하며 키우면서 얻던 짜릿한 보람과 삶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더 좋은 와인, 더 멋진 옷, 더 맛있는 음식, 더 비싼 차, 더 부티나는 집---에 대한 관심은 저리가라

    우리는 우리 삶에 굴러 떨어진 이 복덩이 '입양아'들을 섬기느라 하염없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