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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 공포증...시편 112:7
    부모님 이야기 2014. 1. 31. 11:25

    나에게 없던 공포가 생겼다.


    밤에 충전을 할 때마다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셀폰을 열 때 나는 잠시 두려움을 느낀다.


    밤에는 나쁜 소식이 올까봐.  

    아침에는 밤 사이에 나쁜 소식이 왔을까봐.


    내가 전화기 공포증에 걸린 날을 나는 기억한다.  

    정확히 작년 6 월 2 일, 새벽에 전화기를 열면서였다.  


    전날 사막의 집에 에릭이랑 단 둘이 갔다. 에릭 동료 집에서 파티를 하고서 사막에 도착한 게 늦은 시간, 

    둘 다 너무 피곤해서 저녁을 대강 먹고 쓰러져 잤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고요한 아침 경치를 즐기고 셀폰을 열었는데 부재중 전화가 숫자가 거의 20 개나 되었다.

    나는 알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무슨 일이 났구나.

    무슨 일일까...무슨 일일까..


    엄마 아버지랑 애들을 얼바인에 두고 왔는데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아니 어제 밤 10 시 통화했을 때는 괜찮았는데... 


    버튼을 눌러서 누구에게서 전화가 왔는지 보았다.


    캔사스에 사는 언니 이름이 여러번 찍혀 있었다.

    한국으로부터의 전화 번호도 몇 통이 찍혀 있었다.


    누가 한국에서부터 날 찾지? 

    언니도 나를 찾고, 한국에서도 나를 찾는다면 그건 분명 오빠일텐데....

    웬일일까? 부모님이 미국에 계시니 부모님 일도 아닐테고...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가 울먹울먹하면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오빠가 혼수상태라고 했다.


    뭐라고? 오빠가? 왜?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는다는 표현은 참 잘만든 표현이다. 바로 그랬다. 너무도 충격이 커서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서 반응을 할 수 없었다. 그냥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이해가 안되었다. 어떻게? 바로 열흘 전에 우리랑 함께 했던 오빠인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화가 가능하지 않았다. 엄마는 작게 '언제 올래' 하고 물었다.

    '에릭 깨워서 금방 갈께요' 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에릭을 깨워 얼바인으로 돌아갔다.

    하루 지나 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빠의 죽음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두려운 전화소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에들어 부쩍 막연히 전화를 보면 두려움이 들었다. 부모님께 무슨 일이 났을까봐.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의 부모님의 연세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나는 언젠가 무슨 소식이 닥칠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닌가보다. 나처럼 국제결혼을 한 헤어디자이너 친구, 할리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에 두고온 노년의 부모님이 걱정을 하고 사는데, 밤 늦게 전화가 온다면 그건 분명 안 좋은 소식일테고 부모님 두고 멀리 떠나서 사는 불효자로서 언젠가 다가올 그 '나쁜 소식'의 순간이 너무도 두렵다고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작년에 한국에 일 처리하면서 경험한 건데---정작 비극에 부딛혔을 때 나는 오히려 침착해졌고, 일들을 다 잘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도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실제 상황에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나는 두렵다. 한밤중에 벨이 울릴까봐....


    오늘 린다와 쑤우와 만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미네소타에 부모님을 두고온 린다도, 코네티컷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는 쑤우도 다 나와 같이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특히 자기 엄마와 각별한 사랑을 나누는 쑤우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고향에서 보내고 캘리포니아에 돌아오면 몇 주간은 우울하다고 했다. 늙으신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가까이서 보고 난 뒤에 부모님 걱정이 심해져서 우울해진단다. 밤 10 시 넘어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단다.


    그래서 우리 셋이 같이 나눈 성경구절이 있다. 금방 위안이 왔다. 그래서 같이 나눈다.


    시편 112 장 7 절:


    "그는 흉한 소식을 두려워 아니함이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그의 마음을 굳게 정하였느니라."


    영어로는 다음과 같다.


    "They do not fear bad news;  they confidently trust the Lord to care for them." (NLT)



    영어가 이해하기 쉽고 의미가 명확하다. '흉한 소식'이란 게 영어로는 'bad news' 이다. 물론 흉한 소식이 잘못된 번역은 아니나 자주쓰는 표현이 아니라서 나에게 이 구절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었던 거같다.


    나는 한국에서든 어디서든, bad news 가 올까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경말씀대로 생각하면 bad news 도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정말 그렇다.


    그래, 내가 왜 나쁜 소식을 두려워하리...

    어떤 소식이든 잘 해결해가면 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자.

    걱정이 들면 기도하고, 근심이 생기면 기도하고, 우울해지면 기도하고....내가 기도하면 된다.


    하나님만 신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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