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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좋은 생각"
    부모님 이야기 2016. 3. 23. 17:00

    아버지를 너무 오래 혼자 두었다!


    부엌 일 하다가 놀라서 아버지 방으로 뛰어갔다.


    아버지는 어두운 방에 조용히 누워 계셨다.


    이제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종일 누워 있어야하는 아버지.

    그렇게 좋아하시는 책읽기도 못하시고

    식사도 혼자 못하시고,

    그저 누가 등을 돌려주어야 잠시나마 침대에 눌려 배기는 등을 쉬실 수 있다.


    엄마와 나는 아버지 식사 준비, 수발, 마사지를 교대로 하면서 갓난아기를 나은 아기 엄마와 친정 엄마의 역할을 교대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버지의 긴 하루를 의미있고 행복하게 해드리기란 쉽지 않다.

    왜냐, 가장 좋아하는 것, 책읽기를 하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을 틀어드리고 유익한 방송들을 보여드리곤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가 홀로 앉아 탐구하던 지성의 세계와는 사뭇 다르며

    종일 음악, 설교, 방송들을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즉 아버지가 앉지도 못하시고, 책을 들지도 못하신다는 사실에

    나도, 아버지도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바쁘게 요리를 하다가, 아니면 그 외에 해야할 일을 하다가 아버지를 혼자 너무 오래 두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게 내가 의도한 잘못이 아님에도 미안함에 마음이 아파진다.


    "아버지, 혼자 너무 오래 계셨네요. 제가 너무 바빠서...."


    변명과 사과가 섞인 나의 모호한 설명.


    아버지가 나를 보고 환히 미소를 지으셨다.


    "아니, 괜찮아. 나는 지금 좋은 생각 하고 있었어."


    "네?"


    "그냥 좋은 생각."


    나는 잠시 아무 말을 못했다.

    팔이 아파 들지 못하고, 목이 아파 굽히지 못하고, 발이 아파 들지 못하고, 그저 빳빳하게 손발 펴고 누워 하루 종일 보내시는 

    아버지의 상황에 하는 '좋은 생각'이란 뭘까? 어떻게 좋은 생각이 가능할까?


    그러나 나는 굳이 아버지께 무슨 생각을 하셨는가고 묻지 않았다.

    이미 나는 그게 무엇이든가 상관없이 아버지의 '좋은 생각' 덕에 마음이 환히 행복해졌기에.

    아버지 상황에서 '좋은 생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니 앞으로 나는 평생 두고두고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같다.

    두려움도, 외려움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같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Dec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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