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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봤다 똥
    부모님 이야기 2016. 4. 1. 01:19

    아버지는 방안에 하루종일 누워있는 계신다

    딸과 부인이 대소변을 받아주고, 끼니 먹여주고,

    유튜브, 영화, 방송설교를 끊임없이 듣고 보는 것 말고는 소일거리가 없는 아버지.


    아버지가 40 대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건강식을 준비하고 등산을 같이하여 아버지 건강을 지켜주신 어머니,

    이제 80 이 넘어서 아버지의 수발을 든다. 

    낮에는 딸이 같이 하지만 밤에 아버지를 지키는 것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


    아버지의 몸이 평소와 달리 좀 불편하다 감이 오면 나는 잠을 못잔다.

    2 층에서는 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아랫층 소파에서 잠을 잔다.


    어느 날 새벽 2 시, 부엌 마무리가 늦게 끝나고, 룰루의 문자가 늦게 와 답신을 하다가 잠을 자러 올라가려는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내가 쌩쌩하니 어머니가 깨시기 전에 도와드려야지.

    들어가보니 엄마가 잠에서 덜 깬 상태에서 비틀거리면서 아버지 침대를 향해 서 계셨다.


    어서 다시 주무시라고 하고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았다.

    다 치우고 나올 무렵, 엄마도, 아버지도 잠이 반쯤 깨어 나를 보고 계셨다.


    "제임즈, 어서 주무시요~~샌드라도 어서 주무셔야지. 이제 미치코는 갑니당~~"


    하하하하! 어둠 속에서 두분이 웃으신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다고 나왔다.

    이층으로 향하는 마음이 가벼웠다.


    ---



    제임즈, 샌드라, 미치코---아버지, 엄마, 나의 가명이다.

    별 이유 없이 우리는 밤에는 이런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갖는다.


    "제임즈, 기저귀 갈 시간입니당~~. 제임즈, 오늘도 수고하셨어용!"

    "샌드라, 금발 멋있어요. 근데 풀어헤치니까 '미친 샌드라'같아요. 미친 샌드라~~ 미친 샌드라~~"


    하하하하!!


    뜬금없지만 이름을 바꿔 부르면 '남편 수발드는 부인' 그리고 요즘 나의 새 아이덴티티가 된 '아버지 어머니를 미국에 모시고 와 수발드는 딸' 이라는 무거운 정의에서 해방되는 듯하다. 도움이 필요한 (늙은) 친구들, 제임스와 샌드라를 도와주는 상대적으로 덜 늙은 친구 (미치코)의 가벼움이 좋다.  


    욕창 방지차 아버지를 옆으로 굴려드릴 때 편하시라고 품에 안게 하는 벼개도 이름이 있다.

    아버지의 '애인' 인 '춘심'이다.

    "아버지, 이제 등 돌려드릴께요. 벼개 앞으로 끼어드릴께요"

    라고 하는 대신,

    "아버지, 등 돌릴 시간입니당. 사랑하는 춘심이를 품에 안으셔야지용~~"


    아버지는 춘심이를 품에 안으시며 하하 웃으신다.

    웃으면서 등을 돌리니 아버지도, 나도 즐겁다.

    욕창 방지하기 위해 어쩌구 저쩌구---가 아니라

    춘심이를 껴안는 즐거운 시간이니 말이다.


    그뿐이랴, 아버지가 손가락 근육 운동을 위해 드는 공도 이름이 있다.


    전/두/환/대/가/리.


    "아버지, 전두환 대가리를 꾹꾹 눌러주세요" 하며 들려드리면 아버지는 열심히 공을 누르신다.


    "더 열심히 꼬집으세요~~" 하고 격려해드린다.


    참고로 끝이 맨들맨들 동글동글한 전기 맛사지기는 


    '전두환 마사지기.'



    아버지를 목욕 의자에 앉힐 때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는 설 힘이 없으시고, 힘좋은 누군가가 꼭 껴안은 상태에서 발이 질질 끌려서 5 초 정도 움직여 의자에 앉혀지신다.

    끙차 힘을 쓰는 사람도, 그 사람에게 온 몸을 맡겨야하는 아버지에게도 힘든 순간이다. 발이 꼬이기라도 하면 엄청 고통스러워, 의자에 옮겨지다가 기절을 하신 게 세 번이다. 


    그러므로 아주 조심스러운 순간인데

    그런 순간도 어김없이 다른 의미로 포장된다.


    '탱고'!

    즐거운 춤!


    "자, 아버지, 이제 탱고 추실 시간입니다. 꼭 껴안아주세요. 스텝 바이 스텝! 탱고, 갑시다~~"


    대변, 소변, 방귀?


    어김없이 다른 즐거운 의미로 돌변한다.


    누워서 변기에 변을 모시는데

    대변이 나오기 전에 방귀를 끼시면


    "아, 이 아름다운 가죽피리소리~~"


    푸하하하!! (아버지가 웃으신다)


    "가죽피리 소리가 나면 이제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희망찬 미래를 향해, 다 힘합하여 힘줍시다!"

    (아버지의 아랫배를 꾹꾹 눌러드리며)


    아버지가 변을 보신 뒤에 나는 휴지로 변을 싸서 들어올려 아버지께 꼭 보여드린다.

    매번 아주 긍정적이고 즐거운 멘트와 함께.


    "아버지, 오늘의 업적입니다!"

    "아버지, 오늘은 왕건이가 나왔습니다!"

    "와, 심봤다 입니당~"

    "아버지, 오늘은 끝이 깨끗하게 치우고 나오는 '셀프 서비스' 착한 변입니다. 닦을 일이 없네요."

    "득남하셨습니다!"

    "건강한 따님 나셨습니다!"


    각종 죠크가 난무하는 가운데 아버지의 변은 늠름하게 들려진다.

    아버지는 밝게 웃으신다.

    그 웃음이 나에게는 백만달러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처음에 내가 아버지 변을 들어보이니 엄마가 놀라셨다.


    "아니, 왜 그 더러운 걸 굳이 들어 보여드리니?"


    내 대답.


    "엄마, 누구나 변 본 뒤에 자기 변 꼭 보거든. 물 내리면서 변을 보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

    아버지도 그렇게 자신의 변을 볼 권리가 있으십니당~~"


    그리고 또 하나, 

    아버지의 따끈한 변을 들어 올려 보여드리는 순간,

    아버지께 변이라는 게 (나에게) 하나도 더러운 게 아니라는 것,

    아버지 변을 치우는 게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아버지께) 확실해진다.

    그게 좋다.


    죠크를 통해서 나의 진심을 전하고,

    죠크를 통해서 아버지 어머니의 부담이 날라가버린다.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죠크 덕에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상기한다.


    즉, 

    숨쉬시고, 생각하시고, 웃으시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옆에 있는 것이 중요하지

    그 외의 모든 일은 아무 것도 힘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발, 

    새로운 일들이라 힘들게 시작했지만 이젠 그렇게 힘들진 않다.

    조절하고 관리를 잘해나가면 힘든 부분을 이겨내는 정도가 아니라

    힘을 얻게 된다.


    내일 모레면 90 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은

    스러지는 삶을 막바지에 간신히 지탱해주는 허무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웃으면서 사는 한 역경이 될 수 없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덧없이 스러질지 알기때문에 우리는 매 순간을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아, 

    대변이 나온 뒤에 소변이 나오는데

    그것은 내 손에서 다시 변기로 놓여진 변을 녹인다.

    그럼, 그게 똥물인가?


    아니다.

    그 소변은 '온 우주를 화합의 장으로 만드는 비'이다.
    오줌이 주는 평화,
    얼마나 좋은가.

    오줌이 평화를 가져오고
    똥을 보고 '심봤다!' 외치는 요즘,
    더러운 것에서 웃음을 찾고,
    힘든 일에서 감사함을 느끼면서
    나의 삶이 방향이,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나의 일상은 조그만치의 낭비도 없이 잘 쓰여지고 있다.
    나는 더 행복해졌다.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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