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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부자
    스치는 생각 2008. 4. 25. 21:22

    요즘 '알바'를 쉬고 있습니다.
    제가 하던 일--영어 가르치는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심리치료-학교 공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아니면 육체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면서 일이 시작되었어요.

    그러다가 저의 아이들이 크면서 밥도 많이 먹고 (-.-),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 중 몇 개를 배워주려니 돈이 필요해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될까해서 시작했다가

    그게 작년부터는 너무 원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제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줄고 몸과 마음이 많이 피곤해졌어요.

    (한국에서부터 예약하고 오시는 분들까지 있었어요)

    제가 가르치는 것은 '영어'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혼자 공부할 수 있게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목적이고 아이들이 급격히, 또는 서서히 변화한 성공사례들이 많았어요.
    무지 보람있었고요. 부모님들도 무척 좋아하셨고요.

    그런데 어른들에게도 가끔 영어 회화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게 힘들었어요.

    영어 개인교습을 받으려는 성인들 (남성들은 안 가르치고 여성만 가르쳤음. 제가 좀 내외가 심한지라...^^)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에요.

    이 동네는 여유있는 동네.
    여기서도 아주 잘 사는 축에 드는 사람들

    돈이면 알아주는 미국 사회에서 '영어만 좀 받쳐주면 살맛 날 거 같다'시는 분들의 집에 가서 가르치는 건데
    처음에는 '영어 배달부'로 사는 것같고 (괜히 혼자)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 자존심 병은 금방 극복했어요. 사실  제가 자존심 운운하는 게 우스운 일이더라고요. 돈 벌겠다고 일 시작했으면 그냥 열심히 벌면 되는 거지...직장 다니는 사람들 중에 자존심 안 상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 네가 너무 돈의 세계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딴 생각 하는 거야!!

    (혼자 으르렁거리면서 싸우는 팜펨)

    영어배달부로 가가호호 방문해 철가방 열고 짜장면 영어를 내놓는 거는 그래서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진짜 불편한 일들이 좀 있었어요.

    회화니까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데
    저야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제 이야기할 거 없고,
    학생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학생들이 (부자 아줌마들) 이민 생활에서 나름대로 힘든 이야기들을 하게 되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두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러다가보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들어야하고
    남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은 '빚'이 생기게 되는 게 참 힘들었어요.

    저의 친한 친구들과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 참 좋고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친한 친구겠지만

    이건 '학생-선생'의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서 '회화'의 속성상 친구와 나눌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거니까
    모호한 관계가 되더라고요.

    그 사람들과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나?
    잘 아는 사람으로 서로 쿨~~ 하게 지낼 수는 있겠지만,
    그리고 어떤 인연이든 귀한 거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다 인연이라고, 팔짝거리면서
    너는 내 운명~ 식으로 나가다간
    내 주위에 이미 존재하는 귀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희생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한가지.


    남이 저에게 은밀하게 털어놓은 이야기,
    그 이야기의 진위 여부,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의도 등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어머...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나를 믿는구나' 라는 식의 착각을 하면
    참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제가 좀 조심스러웠어요.

    말이나 글이나 다 같은 건데..

    나에게 깊은 이야기를 한 사람들의 그 말을 하는 순간의 '진정성'은 믿어요.
    그러나 말이나 글은 결국은 자기 생각, 자기 입장의 표현이고
    시간의 흐름 안에서 보면 말과 글은 자기 나름대로의 생명을 갖고 새로이 탄생하고, 자식 낳고, 또 자식 낳는
    괴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제 학생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에, 제가 어떤 코멘트를 하는가에 무척 신경이 쓰였어요.

    친구라면 그럴 일 없겠지요.
    친구라면 제가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겠지요.

    회화 레슨 끝나고 돌아올 때의 그 허전함이란...

    음..

    그들 보면서 다시금 한 생각.


    우리들은 대부분 다 옳은 게 뭐라는 거 알고 있는 거 같아요.
    아이들 교육 시킬 때 너무 몰아치는 거 옳지 않고, 일류 학교 가려고 난리치는 거 옳지 않고
    돈만 쫓다가는 놓치는 거 많다는 것도 알고, 부부간에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 옳다는 거 알고...

    어른들만 그런가요. 애들도 어느 나이가 되면 대략 중요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서던데요.

    남의 것 탐내면 안 되고, 마음대로 가져가도 안 되고, 상처주는 소리 하는 거 아니고,
    친구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고...

    이런 거 이미 다~~ 알고 있거든요. 근데 그걸 택하지 못하는 거지요. 이기심 때문에, 욕심 때문에, 게으름 때문에...싸우고 상처주고 슬퍼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옳은 것이 무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용기를 키워주는 것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요.

    근데...

    아이들과 어른들의 차이가 있다면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자기 욕심에 빠져서 과자 하나 더 먹고, 친구 옆구리를 찌르는 것이지만
    어른들은 '내가 옳다고 아는 것'을 과감하게 선택할 용기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그 앞에서 오래 오래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지요.

    아이들은 잘못하면 잘못했다 인정하고, 분이 안 풀리면 성난 얼굴로 있지만
    어른들은 거기에 말, 설명, 자기 변호, 합리화가 많이 붙는 게 다르다면 다를까.

    이야기가 한참 샜는데...

    여하간에

    저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저의 '부자'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제가 그들에게 하나하나 다 정성을 다할 수도 없고, 다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잔인하구마~~)

    네.

    그래요.

    아이들 이야기 나눌 때 보자면, 부모가 돈이 철철 남아돌아 그 돈으로 멋진 교육 시키려고 하는데 24 시간, 시간이 모자라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을 다 가르칠 수 없는 그들과,

    내 아이의 성공 말고는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그들과

    다른 식의 사회를, 다른 식의 사회 참여를 꿈꾸는 저와
    공통분모가 없는데 어찌하겠습니까.

    아이에 대한 사랑은 신앙과 같아서 함부로 변하지도 않는 것이거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욕심이든 열망이든 좀 비우고 살고, 아이들을 좀 내려놓으면 그런 마음 고생을 덜 할텐데~'는 저의 생각이고,그런 저의 생각이 그분들의 귀에 들어갈 리가 없더군요.

    사실 그들의 눈에는 제가  '공부 다 한 뒤에 잘 나가지 못해 푼돈 벌겠다고 이집 저집 전전하는 영어 선생'일 수도 있는데 (근게 그거 틀린 말 아니네요?   우히히히~^^) 그런 '행복한 패배자'가 하는 말이 세상 것을 다 움켜쥐려고 하는 '승리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감요.

    잠깐 '네, 그래요~' 할 지는 모르지만, 한 시간 후면 다시 본인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거지요.

    그리고 그게 충분히 이해 가고요.

    왜냐?

    그들이 저더러 아무리 '아이는 큰 물에서 놀려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야망을 심어주고, 하이 클래스 삶을 자연스레 보여줘야 비젼이 선다'고 주장해봤자 저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니까요.

    그들도 한 고집, 저도 한 고집, 피차마차 역마차 되시겠쓰미여. (말투...참...-.-)

    이제까지 살면서 제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분들은 대부분 경제적 부분에서는 약간 힘이 들어도 가족과 친구들간의 화목함이 두드러진 분들이었기에, 그리고 제 천성이 좀 뒤에서서 혼자 노는 거 좋아하고, 그 대신에 먹을 게 적어도 그거 상관하지 않는 스타일이니까 제 삶을 택한 거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편한 게 좋으니까, (아이들이 뛰어나게 잘 하면 저도 좋겠지만---그거 싫다면 부모가 아니겠지요) 아이들을 몰아치면서 살고 싶지 않은 거고요.

    그런 저에게 그들이 '선생님, 이 재주 왜 썩이세요.  돈을 버셔야할텐데...아예 학원 하세요! 그럼 잘 될텐데~' 하는 게 저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가 없으니..

    여하간에 영어 회화 교습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몸과 마음이 지쳐서 아무 것도 못하는 나날이...

    게다가 쉽게 듣는 부탁

    "영어 잘 하시니까 편지 좀 써주세요...."
    "어디 같이 가서 통역해주세요...."

    말만 '선생님'이지 이휴..

    제가 짜장면 영어 배달부이지만. 저는 배달만 하는 거지
    집에 가서 면빨을 뽑아대는 일은 안 한다고...
    설명 드리면.

    "아니, 선생님한테는 쉬운 일이잖아요"

    가슴이 쓰리더군요.

    쉬운 일이든 잘하는 일이든 그런 일 하려고 했다면
    아예 돈 되고 명예가 되는 일 하려 했겠지요.

    (즉, 짜장면 영어학원 차려서
    '우짜우짜우짜짜야!' 하고 주문 받고 살겠지요.

    참고:지금 우짜우짜우짜짜야는 우동 세 그릇, 짜장 네 그릇, 야끼만두 한 개 주문으로
    옛날 본인이 소싯적에는 이걸 농담이라고, '골 때리게 똑똑한 농담'이라고 킬킬대고 웃곤 했다지요.

    당시 저희가 진화가 덜 되었던 게야요.)


    아이고. 죄송해요.
    얘기가 또 샜네요.
    배달하다가 짬뽕 국물 다 흘리는 꼴...

    확실한 금전적 보상, 명예보다는
    그냥 좀 조용히 성실하게 살면서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은 욕심 때문에
    돈 되는 일 쫓아다니지 않는 건데

    회화 가르치는 일이 돈을 조금 만지게 해주긴 하지만
    돈도 뭉치돈 버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제가 그 돈 만지겠다고
    '돈이면 다 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너/무/ 많/은/ 접촉을 하니
    제 마음이 피폐해지더이다.

    (마음 같아서는 마음은 두리뭉실, 몸이 피폐해지고 싶은데...
    몸은 계속 두리뭉실,  안 피폐해지더이다.-.-)

    돈 잘 벌어 맘대로 쓰고 사는 사람들을 굳이 뭐라하려는 게 아니라요,
    그들이나 저나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한 사람들은
    어쩌다가 길이 교차하는 대목에서 마주치면 '하이~' '안녕!' 하고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면 되지,
    정기적으로 만나 엉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거 같았어요.

    그들이나 저나 서로 자기 입장을 포기하지 않을 사람들이므로...

    그래서 조금씩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대략 언제 쯤에 레슨을 정리해야겠다 준비 중,
    지난 2 월 초에 차 사고가 났지요.

    남편이 몰던 자동차인데 그 차가 대파되어 차 한 대가 날라갔지만
    그게 저한테는 "뻥뚤려" 효과가 있었어요.
    정리하던 일들을 쉽게 정리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다 놓았어요.
    아이들 가르치는 것까지..

    돈 하나도 못 벌어도 좋다~~
    좀 편하게 쓰겠다고 푼돈 되는 일을 쫓아가며 마음 고생 하느니
    푼돈 없이 절약하면서 마음 편하게 사는 쪽으로...
    (혜지 언니, 나 잘했지?^^)

    차 한 대 안 사고, 그냥 있는 차 한 대로 그럭저럭 살아가고 (일년에 적어도 5000 불 절약됨)
    가계부 꼼꼼이 적으면서, 밖에 커피 마시러 가는 것도 조심하면서
    살림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조심 살아가는데
    그러니까 그 중에 제가 좋아하는 일들이 생기고,
    제가 'useful' 한 상황이 생기고...

    .
    .
    .
    .

    (시간의 경과~~^^)


    아아,

    천국이 따로 없더이다.



    저보고 답답하신 분들도 있다네요.

    (제가 아는 한 목사님은 저 위해서 기도할 때 항상

    '주님, 팜펨 자매를 위한 당신의 계획은 무엇이십니까?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하고

    기도하세요.-.-


    그런 기도 들을 때마다 뜨끔뜨끔..

    저는 지금 삶에 참 만족한데, 그리고 바로 제 삶의 스타일이 그러하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아직도 제가 못다핀 꽃봉오리,
    아니면 터지다 만 불발탄같이 느껴지시는 분들이 있나봐요.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은 고맙고, 제가 뭘 더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미안스럽고 하지만
    저는 지금이 좋아요.

    대궐같은 집 안에서
    많은 돈 관리하느라, 큰 집 지고 살려니 힘들다 힘들다 부르짖는
    "있어서 힘든" 사람들과 어울리느니

    저도 좀 가볍게 살고
    제가 하고 싶은 일 하고 (뭔데? 음...비밀^^)
    없어서 힘든 사람들과 나누는 삶이,
    저는 너무 좋아요.

    있는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부자라는 말,
    너무도 맞아요.

    마음이 넉넉한 분들이 제게는 큰 부자로 보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분들이 큰 부자로 보여요. ('산호세 올아버지' 설교 감사합니다)
    무슨 일에든지 웃을 여유가 있는 사람이 큰 부자인 거 같고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즐거운 주말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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