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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감사
    스치는 생각 2008. 3. 23. 18:07

    시부모님이 오셨어요.

    어찌나 반가운지..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시어머니랑 이야기 나눴는데
    유럽 날씨랑 비할 때 이곳 날씨가 얼마나 좋은가 (백 번도 넘게 하시는 말씀)
    아이들 이야기, 시댁 가족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누가 아프고, 누가 돌아가셨고-.-)
    그러다가 저의 이야기도 나왔어요.

    저의 부모님이 연세가 점점 더 많아지시는데 두 분만 한국에 남아 계시는 상황이라서 제가 마음이 아프다고,
    시민권 따서 부모님 모시고 오고 싶다고 했더니, 얼굴이 활짝 피시면서

    "그럼, 부모님 모시고 와야지. 단 둘이 계시면 안 좋아. 
    룰루랑 랄라 크는 거 보셔야지."

    제가 감동받았어요.

    옛날에 처음 만났을 때 남편과 결혼하냐 마냐 고민할 때 어머니가
    "너에게 좋은 걸 선택해라. 나는 네가 행복한 게 좋다" 고 하셔서 제가 무척 감동받았던 일이 생각났어요.
    자기 아들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팜펨'이라는 여성에게 좋은 것을 생각해주는 그 마음씨에

    '이게 바로 자매애구나. 여성과 여성이 이런 식으로 관계하면 되는 거구나' 하면서
    여성주의의 실천의 한 방법을 발견한 듯이 기뻤었어요.

    그리고, 이런 시어머니의 아들이라면....하는 생각이
    쎄시봉과 결혼하기로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요.

    그런 시어머니의 마음은 여전하신 듯해요. 친정부모님이 미국에 오셔야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하셔서 열거하시는 모습 보면서

    '나 이거 진짜 배워야한다!!!' 속으로 다짐에 다짐 했어요.

    시어머니는 '다른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구부리고 굽히려들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에게 좋은 것을 같이 원하는 거'가 자연스러우신 거 같았어요. 평생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살아오셨나봐요. 어떨 때는 그러신 게 타인에게 진정으로 'engage' 되지 않는 차가움으로 보이는 때도 있었는데, 저와의 관계에서, 저의 공간과 의식과 시어머니의 공간과 의식이 겹치는 순간순간마다 어머니가 저를 그대로 받아주시는 거 느껴요.

    '수영을 처음 배우는 학생'처럼 저에게는 매사가 공식이고 분석이지만 시어머니는 제가 하는 생각들을 실천하시는 게 마치 평생 물에서 놀며 자란 사람이 자연스레 물놀이하는 거 처럼 부드러워요. 자연스러워요. 자유스러워요.

    그게 참 좋아요.

    결국...이론이 아니라 실천이야, 실천!! 하면서 속으로 자아비판 했지요.

    말하는 거, 글쓰는 거, 주절대는 것은 무척 쉬운 일.
    저, 그거 너무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예수쟁이들이 구구절절 성경을 인용하고,
    어떤 이즘에 매료되어 그 이즘을 논하고..

    그러다가 더 잘난 척 하겠다고
    종교와 이즘의 '실천'에 대해서 논하다가

    더 득도했답시고

    '종교와 이즘의 기르침을 실천하지 않고 말만 앞세우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저, 뭐 하고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픈 사람 도와주고, 외로운 사람에게 위로 주고, 가난한 사람과 먹을 거 나누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진데..
    아무리 힘든 일도 존중과 사랑이 있으면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시어머니의 자연스러운 사랑에 제가 다시금 겸손해졌습니다.

    또 한편, 시어머니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본인에게 얼마나 자연스러운가에 상관없이, 제가 그것을 본받아 남을 사랑하고 살겠다 결심하는 것과 상관없이.

    저는 남의 사랑에 익숙해지지 않으리라, 그 사랑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저의 친정부모님이 혼자 계시는 거 안타까워하고, 여기 와서 자기 아들 며느리 가족과 가까이 살았으면 바라고, 그래서 친정부모님이 행복하게 말년을 보내시기 바라는 거---

    어떤 면으로는 '평등한 사고'입니다. 아들 딸 구별없이.. 여성주의의 실천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이뤄지는 공정한 사고 입니다.

    그러나 그게 아무리 당연시 되는 사회가 되더라도, 옆집도 앞집도 뒷집도 시어머니가, 친정 어머니가, 시누이가 올케가 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존중과 사랑의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는 절대로 잊지 않으리라..
    다른 이가 주는 사랑과 관용을 절대로 당연히 여기지 않으리라.
    버릇없어지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사랑의 실천, 감사의 마음은 같이 존재해야하는 거 같아서요.
    하나가 서기 위해서 또 하나가 지탱해줘야하는 콤파스의 두 다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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