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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애도를 택하리라
    스치는 생각 2010. 9. 25. 15:26

    사랑하는 동생/자매의 아버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1 년 정도는 우리와 더 계실거라고 믿었던 아버님께서
    너무도 급작스레 가시게 되어
    동생도, 동생의 가족과 친구들 모두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충격, 걱정,  절망, 기대, 부인, 소망, 충격, 그리고 받아들이기...작별...애도...감사.
    과정을 같이 겪었습니다.

    친구는 작년에 하나님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고,
    그 이후에 삶의 나침판이 정확히 하나님을 향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처럼 힘든 순간에도 방향성이나 중심을 잃지 않고
    아버님의 마지막 길을 잘 지켜드렸습니다.
    저를 비롯 가까운 친구와 친척들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감동 받았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일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동안에 하나님께서 저의 삶도 만지셨습니다.
    친구와 저의 대화와 기도에 면밀하게 함께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더 가까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나이 먹으면서 죽음이란 것은 여러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는 거 같습니다.
    너, 나의 경계까 허물어지는 경험 중의 하나.
    당신의 일이 곧 나의 일이고, 나의 일이 곧 당신의 일.

    저절로 가만히 명상에 잠기게 되더군요.
    새벽에 일어나 아직 어두운 정원에 나가 앉아
    차가운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쉬면서 많은 생각 합니다.

    많은 생각 중에 몇 가지.

    일단...부모 두 분이나 두 분 중의 한분을 먼저 떠나보낸 분들.

    당신들은 이렇게 큰 경험들을 홀로 했군요..
    이겨냈군요.
    저절로 존경심이 듭니다.
    나의 가까운 친구들,
    땅이 무너지는 듯한 시간에 제가 더 든든히 있어주지 못했던 거 미안합니다.

    ---

    또 하나의 생각.

    오바짱.

    친구의 아버님이 사랑하는 자녀들과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 감으시고,
    고통의 시간이 연장되지 않게끔
    평소 셩격처럼 깔끔하게 남에게 폐가 안되게
    세상을 떠나신 모습이 참 귀하다 싶었고,
    동시에 그렇게 가지 못했던 오바짱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아프시다는 말 듣고 4 년 전, 혼자 일본에 찾아가서 만났던 오바짱,
    세상의 부와 명예를 뒤로하고
    병마와 싸우던 오바짱.
    저를 너무도 많이 사랑해주셨던 그 어른의 마지막 4 년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마지막 순간, 같이 하지 못한 미안함,
    내가 아는 영의 세계를 공유하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바짱에 대한 그리움.
    영원히 못 만날지 모르는 오바짱.
    그래서 많이 슬펐습니다.

    아직도 오바짱댁 주소가 씌여진 봉투와 우표는 제 책상 옆 보드에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상 어디의 주소로도 보낼 수 없는 그 편지.
    아아...천국으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가끔씩,
    그리고 누군가 돌아가실 때마다 이렇게 항상 아파할 거 같습니다.

    ---

    친구의 아버님을 기리고
    오바짱을 애도하면서 든 생각.
     
    오바짱이 떠나신 1 월부터 지금까지 슬픈 시간이 많았는데 혼자 삼켰어요.
    4 월부터 제 마음이 좀 안정되었던 거 같아요.
    그런에 이번에 아버님 돌아가시고 장례가 끝나고나서
    갑자기 다시 오바짱 생각이 나고 제가 많이 가라앉으면서
    아...애도는 평생 계속되는 거구나 깨달았어요.
    시간이 가면서 좀 강도가 작아지긴 하겠지만
    사랑하는 이의 상실감은,
    밑의 끝이 안 보이게 뻥 뚤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채울 수 없는 구멍과도 같은가봐요.
    다만, 고인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들 붙들고 귀찮게하는 게 두려워,
    도돌이표가 계속 돌아가는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감정들을 계속 토해내기 미안해
    표를 못 내고 혼자 슬픔을 삼키는 거겠지요.
     
    그러니
    그냥 혼자 스치는 생각이려니하며,
    울컥 올라오는 뜨거운 감정 삼키고,
    고개 들어 먼 하늘 구름보고 이야기하고,
    빗물 보면서 생각하고,
    빈 찻잔 앞에두고 멀거니 앉아 앞뒤 연결 안 되는 과거의 기억들의 장면 장면을
    혼자 떠올리면서...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는 거,
    그게 애도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바짱을 그리면서 또한
    친구가 앞으로 혼자 겪을 아픔을 생각하니까 그게 또 안스러운 마음이 들고...
    내가 목숨만큼 사랑하는 엄마 아버지가 가실 때 생각하면서 미리 슬프기도 하고.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 가라앉아 생각 많이 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폐가 상태로 있던 페이스북 앨범까지 만들어 올리기나 하고..)

    자식인 내가 어떻게 하면 하늘나라의 엄마 아버지가 행복하실까 생각해보고,
    내 자식인 에밀이랑 꼴렛이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할까 생각해보았어요.
     
    그러다가 마음 정리를 했어요.

    돌아가신 이들과의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애도하는 것은 계속되는 일이겠으나,
    동시에 중요한 게 또 있음을 잊지 말기로.

    남아있는 사람으로서
    하루하루 내 삶을 성실하게 일구어, 행복을 구체적으로 일구고,
    힘이 다하는만큼 내 주위의 다른 이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돕고,
    그런 행복의 열매를 많이 일구는 것이야말로
    나의 삶 어느 싯점에서인가 나를 만나 음으로 양으로,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주었던 고인을
    진정으로 기리는 것이 아닌가.

    행복한 애도.
    그게 옳은 길, 좋은 길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택하겠다 마음 먹었어요.
     
    그래서 블로그에 맑은 마음으로 글 올릴 수 있네요.
     
    행복한 하루~
     
    lots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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