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traffic school 다녀왔어요.
    스치는 생각 2008. 5. 17. 03:58
    올해 안 해본 거 다 해보는 해라고,
    드디어 traffic school 도 해봤습니다.

    제 차 사고 났을 때 30 마일 지역에서 35 마일로 달렸다는 이유로 뒤늦게 ticket 이 날라왔어요.

    처음에 받은 소환장은 마치 제가 중죄라도 지은 듯이 살벌해서 좀 놀랐어요.

    '모월 모일에 법정에 서라~, 안하면 죽어~~'

    식이었습니다. (과장 좀 섞었어요. 헤아려 들어주시와요.)

    그 후에

    '법정에 가기 싫어? 그러면 네 과실을 인정하렸따! 법정에 안 가는 대신에 운전학교 가는 걸로 대신해줄께. 그대신 돈 물어!! 200 불이얏!"

    라고 하는 서류가 날라왔고요. (문체 조금 바꿨음^^)

    그려서 '내, 법정 가기 싫다. 운전학교 가마.' 라고 서류 보내고 아까운 돈 200 불 보냈지요.

    그랬더니 어디어디에 위치한 운전학교에 가라고 통고가 왔어요.

    캘리포니아의 다른 카운티에서는 운전학교를 직접 갈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던데 우리 동네는 그게 안된다고 해요.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갔지요.

    제가 티켓 받았다니까 아이들부터 친구들까지 우하하하 저를 조롱하대요.
    그중 룰루가 제일 얄미운 소리 했어요. 사고 나자마자 한 소리를 다시 개사해서

    "엄마는 운전할 때 설설 기는데 사고도 나고, 티켓도 받아? 하하하!!"

    노래를 부르더만요.

    (룰루, 평소에 이 어미에게 모진 일을 많이 당한 것에 대한 앙갚음성 발언이라고 보임. 이런 무엄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나도 복수하리라 다짐했음-.-)


    운전학교 갔습니다.
    가서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일회용 친구'들 사귄 날이었어요.


    아침 7 시부터 등록.
    갔더니 저처럼 부실한 운전자들이 이미 쭉 서서 건물로 입장하고 있더구만요.

    저도 줄에 끼어 섰는데, 앞의 아줌마들이 어떻게 티켓 받았는지, 얼마나 억울한지 이야기 나누더군요.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인 거 같은데 경찰 욕하는데 합심하여 친국가 된 듯.
    그들이 뒤를 돌아 저더러

    '오늘 시험 보니?' 하고 묻더군요.

    제가 알겠사옵니까.

    뒤의 아저씨가 'Let me put it this way"  하고 끼어드시더군요.

    (부실운전자들은 금방 친구가 된다는 공식을 다시금 입증해주는 사례)

    "운전학교는 1 일 감옥이야. 그냥 하루 종일 네가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 포기하고, 방에 갇혀 있는 건데, 감옥이랑 다른 것은 선생들이 친절하다는 거. 코미디언을 고용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생들이 웃기고 재미있어. 시험은 안 봐. 하루 형을 살고 나오면 되는 거야."

    (아저씨, 똑똑하시다. 재밌다.)

    그 아저씨, 자기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해줬습니다.
    '감옥살이' 여러 번 하셨더구만요.-.-

    새로 사귄 운전부실자 친구들과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면서 건물에 들어섰습니다.
    교실이 여러 개 있었어요.
    제 교실 앞에 서 있는 여성이 제 감옥 간수, 운전 학교 교사 였습니다.
    영국 엑센트의 백인 여성. 홀쭉하니, 키가 늘씬, 친절한 미소,
    오늘, 지루하진 않겠다 싶었습니다.

    50 명 넘게 수용하는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 들어찼습니다.

    선생님의 처음 코멘트,

    "오늘 강의 후에 시험 있습니다. good news 는 오늘 여러분들이 무조건 운전학교 시험을 통과하게 되어있다는 사실. 제가 하는 말 하나도 못 알아들어도 시험은 통과됩니다."

    그대신 졸지 말라고, 조는 거 두 번 걸리면 쫓겨난다, 전화 꺼라, 전화때문에 두 번 지적받으면 강의실에서 쫓겨난다...

    한 한 시간 걸려 서류 기입하고.
    7 시 반부터 10 시까지 수업, 15 분 쉬고 다시 강의.

    쉬는 시간마다 앞뒤 옆 사람들 친선만세 했어요.
    제 옆의 할머니, 참 좋은 분이셨어요.
    조용조용 말씀하시고, 우아하고, 단정하신 할머니셨어요.

    갑자기 그 할머니의 '죄과'는 무얼까 궁금해지더군요.
    저처럼 설설 기다가 금 하나 잘못 밟아서 티켓 받으신 건가,
    아니면...대형 사고?
    사실, 운전하시는 분들 보면 평상시 인격과 운전자로서의 인격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더라고요.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시면 껌 짝짝 씹고, 빵빵 누르고, 위윙 악렐레이터 밟아 요리조리 추월하고, 앞뒤옆 운전자들에게 험상궂은 시선 쏘아대는 경우도 있으니까..

    (제가 아는 학부모 중에 그런 사람이 있어요. 이란 여성인데 평소에 듣지 못하던 목소리로 욕을 하는 바람에 옆에 있던 저 충격 한바가지 먹었습니다.  평범한 여성이 빙그르르 돌아 비키니와 팔찌의 원더우먼으로 돌변하는 거를 실제로 목격하는 것에 비금한 충격이었다지요.)

    앞에 앉아 있던 젊은이들과도 일회용 우정 쌓았지요.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학생 중의 하나가 글자 알아맞추는 게임을 그려서 사람들더러 해보라고 해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그냥 보다가 진도가 안 나가길레 저도 끼어들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스펠링에 강하고 단어 추측도 잘 하잖아요?
    그래서 속속 다 맞췄습니다.
    스펠링에 약한 미국애들이 저더러 비밀교단의 주교에게 절하듯이 굽히면서 '렐루야 렐루야' 했고요.

    점심 시간 1 시간.

    길 건너에 버거킹, 스타벅스가 있었어요.
    바로 운전학교 앞인데, 경찰 아저씨들도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다 횡당보도로 안 건너고 그냥 뛰어 건너더군요.
    차들은 빽빽 거리면서 지나가고.

    커피 마시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과 통화했습니다.

    이 좋은 토요일에...
    이 찬란한 날씨에..
    엄마는 감옥살이 하고 있고,
    늬들은 방구석에 틀여박혀 있구나.
    엉..

    점심 시간 끝내고 들어오다가 몸 수색 받는 곳에서 옛날 친구---다른 학교에서의 학부형인데 저랑 같이 일을 많이 하던 여성, 보고 싶었는데 우리가 학교 옮기면서 연락이 끊겼었음---를 만났어요.

    수색 받다 말고 둘이 껴안고 덩실덩실 춤 췄지요.

    그 아줌씨도 운전할 때 설설 기는데, 어떻게 이런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는지.
    한정된 시간 안에 다다다다 고속으로 수다 떨고,
    그녀나 저나 평생 처음 티켓 받은 건데,
    5 개의 운전 학교 중에서, 여러 날짜 중에서 이 학교를 선택한 건데
    이렇게 우연히 만났다는 것은
    기막힌 인연이라는 것데 동의하고
    남편 애들 근황 주고 받고, 주소 교환하고 애들 만나 놀리기로 하고
    각자 다른 감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또 강의.
    휴식 15 분.
    시험----선생님이 강의 도중에 가르쳐준 게 그대로 나오더군요. 완전히 찝어줘요.

    시험 다 틀려도 통과된다는 말 맞는 게, 시험지에 이름을 쓸 필요가 없더라고요.

    시험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주차장으로 뛰어갔습니다.

    그 다음이 과관이었습니다.

    새치기에, 바짝 붙기, 안 비켜주기, 클랙션 울리기~~

    운전학교의 주차장은...
    바로 조금 전 강의시간에 하지 말라고 한 행동들의 잔치였습니다.

    하루 종일,
    감옥살이 끝내고 나오니
    순두부가 먹고 싶데요.^^
    잘 먹었습니다.


    운전학교,

    지루한 것도 있었지만 재밌었어요.
    새로운 경험은 항상 재밌는 거 같아요.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운전 교육의 아주 큰 부분이 '약물'과 '알콜'에 관한 교육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마치 심리치료사들이 하는 이야기같은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고요.

    또 하나는

    사람들이 각자 개인 경험을 이야기할 때 '취중 운전'이라던가, 트렁크 뒤에 숨어서 달렸다던가, '95 마일 밟았다'는 이야기할 때, 약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게 놀라웠어요. 듣는 이들의 반응도, '와아!~' 하며 경탄하는 것같은 것도 놀라웠고요.

    특별히 배운 건 없는 거 같고요.
    그냥 하루 감옥살이 하고서는

    앞으로 더 조심스럽게 기어다녀야겠다, 아니, 조심스럽게 운전해야겠다 마음 먹게 되었어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