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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스치는 생각 2009. 8. 27. 00:35

    미국에 돌아왔습니다.

    삐리삐리삐리~~기억의 테입을 빨리 돌려봅니다.

    온 가족이 비행기 타기 이틀 전에 발생한 위기---어머니의 단기 기억상실--로 새벽에 응급실 행, 입원, 애들과 남편은 먼저 미국에 돌아가고 저는 뒤에 남았다가, 퇴원 이틀 후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예약하려는데 퍼스트클래스까지 만석이라서 결국 서울-홍콩-엘에이 티켓을 새로 구입, 계약금 먼저 넣어 놓고 다음 날 지불 예정이었는데, 바로 그날 밤 다시 어머니가 응급실 행 (혈압수치 250 를 넘나들며 춤을 춘 고혈압 때문시), 다시 입원, 각종 검사 뒤 퇴원, 급작스레 하게 된 온수/냉수/난방 공사....

    한국 떠나기 마지막 일주일은 정말 드라마틱 했습니다. 내내 마음 조이는 일 투성이었고, 모든 일이 너무도 빨리 진행되었어요. 미친 듯이 달리는 롤로코스터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한 기분.

    일 끝나고 난 뒤의 기분은? 10 년 늙은 거 같진 않지만, 10년은 더 산 거 같고요.  고생스러운 순간도 많았지만 수많은 일들이 조각조각 붙어서 기차 레일처럼 연결되는데, 그 조각과 조각을 이어주는 것은 형언하기 힘든 행복감들이었어요. 내가 왜 사는지 알 거 같은 거... 마음이 다 비워지는 순간에 맑게 차오르는 희망.....부모님이, 내가,아이들이, 그리고 인간이 어디를 향해 가는 것에 대한 확신... 사랑이 무엇인지, 가족애가 무엇인지, 자매애가 무엇인지, 이웃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평소에 간헐적으로 생각했던 문제들을 쉴새없이 집요하게 생각해본 기간이었어요. 사람에 대해, 신에 대해 감사함을 무지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행복했어요.

    많이 울었어요. 꼭 슬퍼서만은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순간 순간 변하는 경험들의 충격들 속에서, 말로 뭐라 묘사할 수 없는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빠져 버리면서, 그냥 울어야 했어요.  엄마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때문만이 아니라,
    부모를 잃을 미래의 순간을 미리 경험하면서, 그게 나의 한 부분의 상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동시에 나의 죽음이 나의 아이들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끼칠 막막함이 이거구나 느끼고
    내 딸이 (아들 생각은 별로 안 나는 건 왠일?) 나를 잃고 느낄 상실감에 가슴이 저며오고....
    안 울면 미칠 거 같아서 울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울어댔기 때문에 그나마 제가 이성적으로 작동하고, 순간적 판단을 (지금생각해보면) 아주 잘 내렸던 거 같아요.

    오늘의 교훈:  많이 울고 결정 잘 하자!! 호호~
    (팜펨, 싱겁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겸손해지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어떤 불행의 순간도 뛰어 넘을 수 있는 사랑을 확인하면서 자신감이 더 생긴 거 같아요.

    그리하야, 지금 저는 만삭의 산모 같아요.

    출산시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뱃속의 아가가 잘못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순종하는 겸손함의 임산부는 동시에 큼직한 배만큰 든든한 뱃짱이 있잖아요?  제가 그래요. 제가 생각지 않은 일들을 잘 겪어내고 난 뒤에 좀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도 생기고 그랬어요. 그래서 전 지금 이런 상태에요.

    "나 한 생명을 지키는 여인이야~~ 이거 똥배 아니라니까~~!! 음하하하~~"

    (억...갑자기 왜 똥배 이야기가?-.-)

    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만삭 여인같이 느껴지는 게....만삭의 산모는 아기를 낳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저도 그래요.
    저에게서 뭔가 빼어내지 않으면, 정리하지 않으면 아주 불편한 상태.

    사실, 어머니 일 당하기 전에도 한국의 경험은 너무도 강렬해서 힘들 때가 있어요.  조용한 캘리포니와와 달리 가만히 있어도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들이 많아서, 5 감이 살아 움직이는 통에 아주 신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거든요. 정리되지 않은채 그저 내리 새로운 경험만 하고 있으니까 가볍지 않은 그런 상태. 그러다가 막판에 너무도 격렬한 일들을 겪고 나니까 제 머리가 터질 거 같은 거지요.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제 머리 속에서 멋대로 춤추고 돌아다니면서 저를 어지럽게 하는 그 생각들을
    저에게서 분리시키고,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였어' 하고 이름 붙이고 정의하지 않으면
    아기를 제 때 낳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산모처럼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제 정신 건강이 안 좋을 거 같은 상태...

    격렬한 경험과 엉킨 사고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의미에서
    저를 건강하게 그 경험들에서 분리시키기 위해서 조금씩 글로 정리 해보려고요.

    근데 글이 잘 안 나가네요. 이것도 떠듬떠듬 간신히 썼어요.
    자연분만은 안 되것네요.
    집게로 뽑아내야하나 어쩌야하나....

    그러나,
    오빠, 언니, 친구들, 엄마 아버지,
    전체적으로 저는 지금 아주 행복한 상태입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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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퇴원 전에 잠깐 병원 침대에 누웠습니다.
                                                       좋으신 분들 많이 만난 6 인실 병실.
                                                   병원 친구들과 헤어질 때 억수 섭섭하데요.
                                        모든 분들이 어서 원기 회복하시고 일상에 복귀하셨길 소망하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와 병원을 나서니 하늘이 우리를 환영하듯이 활짝 웃으며 우리를 안아주겠지요.
                                                                          우러러보면서 하나님 탱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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