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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 인큐베이터"
    스치는 생각 2009. 4. 25. 11:33



    전업주부의 일,
    제가 페미로서 선택한 일이고
    그래서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등등의 선을 확실히 긋고 살지만
    가끔은 무척 힘들 때가 있습니다.

    저처럼 삶의 목표를 소극적으로 정하고
    삶의 자잘한 일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해독하고 (or 해독했다고 착각하고) 좋아하고
    별 거 아닌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사는,
    세상에 대한 욕심은 애초에 사라진지 오래인 저같은 아줌마에게
    뭐가 그리 힘든 일이 있겠냐만은...

    (밥하는 거, 운전하는 거!!!! 힘든 일 많구나!!-.-)

    제가 힘든 것은 전업이니 취업이니를 떠나
    엄마들이라면 다 직면하게 되는 문제때문인 거 같아요.

    모성의 경험은 짜릿하고 행복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자기 포기, 자아상실의 가능성을 내포한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여성들은 아이 낳는 순간
    내 인생 팔아 아이 인생 세우라는 시나리오가 주어지는 듯.

    매일매일의 삶이
    사회가 주는 그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내가 원하는 스토리를 써가는 거 같다고 느껴요.

    '좋은 엄마' '나쁜 엄마'의 판에 박힌 캐릭터의 놀음에 휘말리지 않고
    묵묵히 내 모성을 창조해나가는 거.

    물론 '좋다' '나쁘다'가 아주 단순한 개념만은 아니지요. 옛날에야 좋은 엄마는 헌신/희생하는 엄마이고
    이기적인 엄마 게으른 엄마였지만 요즘은 '나쁜 엄마'가 되려 더 '좋은 엄마'라는 사고까지 나오게 되었지요.
    그러므로 '좋은 엄마''나쁜 엄마'는 아주 유동적 개념이지요.
    그런 식으로 보자면 저는 '나쁜엄마'에 가까운 쪽이겠는데..
    '좋다' '나쁘다' 다 사회가 엄마를 정의하는 것이고
    그런 거 신경쓰지 않고
    기냥..

    꼴리는 대로 살고 싶다!

    이거에요.

    (우히...대단한 소리 나올 줄 알았더니...)

    이런 얘기, 계속 해온 생각인데
    며칠 전에 카드를 쓰다가 한층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네요.

    저와 친하게 지낸 한 자매가 있는데
    그가 한국으로 떠나게 되어 카드를 그렸는데,
    그 때 그 자매에게 하고 싶은 소리가
    결국 제가 저에게 하고 싶은 소리라는 거 깨달았거든요.

    '꿈꾸는 인큐베이터' 속의 너와 나.



    "꿈꾸는 인큐베이터"




    박완서 님의 단편소설의 제목인데..
    그 내용과는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깜깜한 자궁 속에서
    탄생되기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아기의 모습이
    많은 여성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커리어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미혼 여성이나
    직장과 모성을 병행하면서 힘든 기혼 여성이나
    직업이 없어서 스트레스 받는 기혼 여성...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는 거 같다고 느꼈어요.
    (젊고 팽팽한 여성들은 몰라요~~몰라요~)

    열 달이 되면 나오는 아기처럼 순조롭게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겠고,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불안하기도 하고
    나오다 고생을 엄청 하기도 하고...

    그런 인큐베이션 상태의 여성들

    내가 누구 누구의 엄마이고
    내가 누구 누구의 딸이고
    내가 누구누구의 부인이고
    내가 얼마 받고 누구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하던

    우리는 남모르는 꿈을 살고 있는 거 같아요. 
    혼자만의 꿈.
    겉으로 내놓지는 않는 꿈.

    저만해도요
    제가 하는 일이 운전대와 냄비를 잡고 설치는 일이지만
    저는 계속 꿈을 꾸거든요.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꿈을 꾸거든요.
    깜깜한 자궁 속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지만
    그래도 꿈을 꾸거든요.

    "나는 나" 라는 것에 기초한,
    나는 나로서 태어나 나로서 죽겠다는 그 고집으로 뭉친,
    나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결단과도 같은,
    남이 뭐라해도 내 멋대로 살고 싶은대로 살겠다는
    그 야무진 꿈을...

    친구에게 슨 카드에서 이런 소리를 하면서
    제가 저에게 하는 소리라는 거 깨달았어요.
    블로그 친구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오늘 밤에 사막으로 떠납니다.

    꿈 많이 꾸고 오겠습니다.

    lots of love,

    팜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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