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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 한 장의 행복
    카테고리 없음 2023. 8. 11. 16:57

    오늘은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린 행복한 날입니다.

    이것은... 다, 오늘 부엌일을 안 한 덕입니다. 

    엄마의 콩국수와 민들레 나물을 먹고 기운이 났습니다.

     

    ---

    저녁 먹고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자정이 넘었네요.

     

    어느 겨울, 경복궁 근처. 각양각색 한복 입은 관광객들이 신기해서 입 벌리고 구경하던 제가 급히 사진을 찍은 장면이 있었습니다. 무표정한 군밤 파는 아줌마들을 지나치던, 한복 치마 자락을 들고, 춤추듯이 걷던 중국인 관광객 여성 두 명.  표정과 분위기의, 극명한 대조, 튀는 색깔들이 이루는 오묘한 조화..  

    그 사진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먼저 펜화를 그리고나서 잠시 망설였다가 결국 수채화 물감을 꺼냈습니다.

    붓을 들고 색칠을 시작하기 전, 펜화에게 말했습니다.

    '펜화야, 미안하다.  너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너는 곧 삐라로 변할 거다. 미안하다...'

     

    이미 알거든요. 색깔 칠하면 뭔가 이상하게 변할 거라는 거.

    뭐든 그리면 삐라 색깔이 나니까....

    그림 그리기 한 달 만에 얻은 소득 중의 하나---제가 삐라를 그리는데 소질이 있다는 거를 발견했습니다. 엉엉....

     

    펜화의 삐라화 과정을 보세요. 

     

     

    그러나 고슴도치 엄마는 오늘 출산한 삐라 아가도 사랑스러워요.

    5 시간 전에는 없었던 얘가 지금 갑자기 제 인생에 존재한다는 게 신기해요

    저에게 짐중과 무념무상의 시간을 허용해 준 귀한 아가가 감사해요.

     

    그래서 오늘, 얘를 데리고 자려고 해요.

    요즘 코비드 때문에 남편과 각방을 쓰는데, 며칠 전, 제가 쓰는 딸의 방의 침대를 처분하고, Futon을 들여놓았어요.

    Futon에 저의 최애 베개와 최애 스누피 인형과 함께 누우면 참 행복해요. 

    오늘은 잠자리 준비하면서  머리맡에 삐라, 아니, 저의 고슴도치 딸을 붙였어요. 

    '오늘밤은 엄마랑 자자~~' 

     

     

    참 별 거 아닌데 선 몇 개 긋고, 색깔 몇 개 칠한 종이 한 장이 큰 행복을 주네요.

    통통한 스누피 껴안고 잠을 청합니다.

    에브리바디, 비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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