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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슴도치 엄마의 충전
    카테고리 없음 2023. 8. 10. 00:40

     
     남편과 코로나 걸렸다 나았습니다.
    3 년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 혹시 우리가 코로아 안 걸리는 슈퍼 유전자를 갖고 있는 건 아닐까까지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네요.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챙겨 썼던 게 도움이 된 거였어요. 이번 여행에서도 조심했는데, 하필이면 공항에서 마스크 꾸러미를 잃어버렸어요. 공항은 붐볐고... 비행기도 만석이었고. 
    어디서 걸렸는지는 모르지만, 다행히 저는 열 없이 콧물과 약간의 기침 증상이었고요, 남편은 고열과 몸살, 기침, 콧물로 아주 고생하고 코로나 약을 복용해야했습니다.
    증상이 다르니까 서로에게 악영향을 줄까 봐 각자 방을 쓰고, 어머니께 병을 옮기면 안 되기에 바짝 긴장하고 2 층에서 격리. 잠시 내려가 차를 끓이거나 음식을 갖고 올라와 먹고... 그렇게 며칠 지내고 음성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이들과 사진으로 기쁜 소식을 나눴습니다.  

    엄마는 코로나 환자 두 명과 한 집에서 거했지만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셨습니다. 엄마가 슈퍼 유전자를 갖고 있으신 건가?!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 엄마는 내내 조심하시고 계시고, 우리도 앞으로는 아주 조심하려고 해요. 친구분들도 다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코로나에 걸린 동안 저는 꽤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 연습도 그렸습니다. 코로나 '덕'에 밥을 하지 않아서 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코로나로 충전을 해서 그런지 그저께는 아침에 그림 한 장 그렸는데, 기운이 안 빠져서 또 한 장 그렸습니다. 그리는 순간은  행복하고, 끝난 뒤에는 뿌듯하기만 한 그림 그리기~! 
    수채화는 이스라엘 어머니의 집, 대문을 여는 순간 보이는 작은 별채. 파란 문이 예쁜 집이에요. 

    남편과 이스라엘 갔을 때 저 별채에서 묵었어요. 저는 그림 그릴 때 색깔이 잘 안 나오고, 선에 자신이 없으니까 자꾸자꾸 덧칠을 하는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고 있어요. 근데 문제가 뭔가 아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금방 고쳐질 일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적어도 뭐가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겠지요. 
    또 한 장의 그림은, 2019 년 딸과 하노이 갔을 때 차를 타고 가던 중 찍은 길거리 풍경 사진을 보면서 펜과 마커로 그려보았어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저는 어느새 숨이 턱턱 막히게 더웠던 하노이의 여름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자전거, 모페드, 택시, 자가용으로 붐비던 도심의 거리들, 눈이 돌아갈 정도의 엄청난 무질서 속에서도 지역민들이 터득하고 있던 그들만의 공존 방식, 사람이 넘쳐나고 차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혼돈스레 엉켜있는 가운데도 들리지 않던 클락션 소리, 공간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가게들, 분주와 혼란 속의 편안한 공존.. 그 하노이를 마음으로 다시 여행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그림은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참 좋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부터 저에게 그림은 더 큰 도움이 될 거에요. 곧 병원 출입이 잦아질 거라서요. 엄마는 암 정밀 검사 후 그 결과에 맞춰서 치료를 받으실 거고요, 가을에 하는 '부위별' 건강검진도 기다리고 있어요. 저 역시 받아야하는 검사들이 몇 개 있고요.
    그 전에 이렇게 충전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행복해요.
    앞으로 병원에 갈 때 펜과 작은 그림 공책을 들고 가려고 해요. 엄마가 치료받으시거나 검사 받을 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절대 즐거운 시간은 될 수 없지만, 종이와 펜이 벗을 해주면 기다리는 시간에 잡다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같아요. 혼란 속의 평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종이와 펜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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