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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njour de Montreal!
    카테고리 없음 2023. 7. 4. 07:32

    남편과 휴가를 왔다.
    퀘벡.

    퀘벡은 세 번 째이다.  
    남편과 단 둘이 왔다가 너무 좋아서, 그 이듬해 아이들과 함께 왔었고, 이제 다시 우리 둘만의 여행.
    너무 좋아서 이러다가 캐나다로 이민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

    남편과 나는 스페인에서 자동차 여행을 꿈꿔왔으나 지난 몇 년, 시부모님 건강/죽음으로 유럽을 매 해 1-2 차례 다녀왔고,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스페인은 바이 바이!

    퀘벡은 미국과 유럽의 중간에 위치하고, 특히 불어를 사용하는 퀘벡은 캐나다의 타 지역을 포함, 북미 문화와는 차별화되는 고유문화가 있고, 협만의 절경, 울창한 숲과 산, 셀 수 없이 많은 강 등 다채롭고 광활한 자연이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 친숙해져서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스트레스가 전무하다는 것도 현재 여러모로 피폐한 남편과 나에게게는 퀘벡의 큰 매력.

    엄마는 길을 떠나는 나와 에릭에게

    ”여기 걱정하지 말고,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 행복하게 보내고 와라.  아주 푹~~ 쉬고 충전해서 와라. “라고 축복해 주셨다.

    미국 독립기념일 직전의 공항은 엄청 붐볐고, 우리가 예약한 직항이 악천후로 취소되어 덴버를 거쳐 여행 시간이 두 배가 되었고, 취소된 비행기의 우리의 편안한 자리 또한 날아가버려, 우리는 항공사에서 임의로 지정해 준 다른 항공사의 만석 비행기에 맨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남편과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따로 앉아 가야하니 여러모로 그리 유쾌하지 않은 상황.

    그러나 나의 마음을 단번에 바꿔준 일이 생겼다.

    이륙 전, 전화기를 airplane mode로 바꾸기 직전, 자클린 이모, 조카 쟌이 전화를 걸어왔고, 짧게 이야기하고 끊었는데,
    앗, 이번에는 딸이 내가 무척 사랑하는 친구와 그녀의 딸을 뉴욕에서 만나 밥을 먹고는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영상 통화를 그렇게 짧게 여러 사람과 해본 적이—게다가 이륙 직전에—-없어서 재밌었고, 특히 그리운 친구과 우리들의 딸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본 게 너무도 행복했다.
    예정에 없던 일 때문에 기분이 꺼져있다가 예정에 없던 일 때문에 함박웃음을 웃으면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예정이 망가지고, 예상을 뒤엎는 일들 속에 전진하는 게 바로 여행의 묘미이지…’ 상기하면서.



    —-

    몬트리올 도착!
    그 누구가 찍던,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멋지기만 해 보이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 야경 샷!


    캘리포니아보다 밤공기가 훨씬 따뜻한 몬트리올.
    줄지어 선 택시들의 ‘봉쥬르’가 귀엽다.


    여행 중, 남편과 한국에서 친구가 보내준 찐 밤을 세 통을 해치웠다.  (감사합니다!!)
    과자보다, 케이크보다 맛있게 먹었다.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맛있게 먹었고, 특히 호텔에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차와 함께 마신 밤의 은은하게 달달한 밤의 맛은 잊지 못할 것같음.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9 시 경 엄마께 문자를 드렸는데 안 받으신다.
    하루 종일 혼자 계시는 엄마가 문자를 안 받으시니 너무 걱정되어  nanny cam 카메라를 켰다.

    엄마가 방안에 계시는 게 보였다.
    방 한 중간에 가만히 서 계시더니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그리곤 천천히 팔을 들어 기지개 운동.
    그렇게 시작된 체조는 40분간 진행되었다.
    신세계 체조, 발꿈치 들기 운동 뒤에 스쿼트, 매트를 깔고, 필라테스 링으로 다리 운동, 각종 요가 포즈, 플랭크… 발차기 운동까지..

    나는 긴 여행으로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누운 채 카메라 앺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엄마의 운동 모습을 지켜보았다.
    옆에 함께 누워서 쉬고 있는 남편에게 ‘지금 스쿼트 하시네..’ ‘엄마 플랭크 하시고 계셔’ ‘발차기..’ 하고 중계를 해줬고
    남편은 ‘어머니 대단하시다. 그 연세에 저렇게 자기 관리를 하시다니..’ 라고 감탄.

    엄마가 저렇게 열심히 자신을 돌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내내 하시는 말씀이 생각났다.

    “나야 언제 죽어도 상관없어. 천국 가면 그리운 아들과 남편을 보니 얼마나 좋겠니.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살아 있는 동안 너에게 조금이라도 폐가 덜 됐으면 해서야. “

    결국 엄마의 운동의 동기와 목적은 ‘자식 사랑’인 것.

    아무도 없는 집, 하루를 잘 살아내시고 저녁에 혼자 운동을 하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꼈다. 눈물이 좀 났다.

    좀 쉬고 나서 나도 엄마처럼 운동을 해야겠다는 싶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지만 캘리포니아 시간은 아직 저녁.

    남편은 이미 잠을 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 나의 사랑하는 심장, 좀 놀려주고 올게~‘라고 남편에게 굿 나이트 인사를 하고 gym으로 가 달리기를 했다.
    땀을 내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정말 잘 자고 일어나보니 남편은 이미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 있었다.
    남편보다 늦게 일어난 게 내 인생에서 몇 번 안 되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늦은 아침 식사 후,  옥상으로 올라갔다. 책 한 권과 스케치북과 펜을 들고..

    나같이 스케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인데 나는 비행기 타고 오면서 열심히 읽었다.




    10 불 정도의 가격의 작은 이 책은 문외한인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워주었다.
    너무 싸게 너무 많은 것을 배워서 저자에게 감사하다못해 죄송할 지경.
    앞으로 계속 복습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체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저자 Stephanie Bower 님, 감사, 감사!

    호텔 옥상에 앉아서 다시금 책을 훑었다. 책에 example 로 실린 고수들의 그림을 관찰하자니 기가 꺾였다.
    어떻게 저렇게 그릴 수 있는 거람?
    나는 정말 어떻게해도 모방할 수 없는 실력의 차이의 절감…

    그러나 나는 뱃살만큼 긍정성이 두둑한 인간이 아니던가!
    금방 생각 회로를 바꾸었다.

    ‘팜펨아, 태어나자마자 100 m 달리기 하는 애들은 없어.
    갓난아기인 내가 지금 땅에서 어기적거리는 것은 당연하지~~
    내가 좋으면 끝! 깅까, 그냥 어기적거리세요!’

    그래서 어기적 어기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금방 나는 그림 그리기 작업에 몰입했다.
    몰입을 하는 순간 나는 모든 사고에서 해방되어버린다.
    해방은 행복이다.
    어기적 거리는 아가가 그릇을 뒤엎은 뒤 범벅이 된 음식을 손가락으로 빨아먹고, 손바닥으로 휘휘 뭉게면서 느끼는 무아지경의 행복,  자유,
    그게 바로 나의 행복이고 자유였다.


    호텔 옥상에서 본 몬트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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