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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 기일/ 그림 의존증
    카테고리 없음 2023. 6. 26. 13:45

     

    6 월 22 일은 오빠가 세상을 떠나신 지 10 주기.

    드라마틱했던 2013 년 6 월, 어떤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어떤 기억은 바로 어제 일인 양 생생하다.  오빠가 운명하신 순간은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강렬한 색상과 강도로 내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오빠 기일에 오빠의 앨범을 거실 탁자에 놓았었는데 올해는 내가 그린 그림을 놓았다.

    엄마가 오빠를 생각하면서 정성 들여 써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읽으시는 기도문을 그림 앞에 놓았고,  정원에서 꺾은 꽃, 잔잔한 향의 초를 켰다. 엄마가 그림을 보며 '색깔이 곱다, 찬란하다, 마음을 밝게 해준다' 라고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오빠는 우리와 온전히 함께했다.  

     

     

    한국의 이모님과 이모부, 사촌 동생이 사진을 보내왔다.

    오빠 기일이라고 오빠 묘소를 찾아가서 예배 드리셨단다.   

    지병이 있는 연로한 어르신들이 매년 미국에 계시는 엄마를 대신해 성묘를 다녀오신다. 사촌동생은 바쁜 중에도 매년 운전을 해 이모부와 이모를 편히 모셔주고 있고. 엄마도 나도 이모님 가족의 사랑에 큰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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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휴가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내가 틈틈이 해왔던 그림 그리기 작업도 휴가!  이젤, 캔버스, 물감, 붓들을 포장해서 차고에 옮겨두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가'들---그림들도 한군데 다 모았다.

    엄마가 아가 사진 찍는 것처럼 사랑의 눈으로 '단체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가들아, 늬들때문에 참 행복했다~~~

    물감을 짜고, 색깔을 혼합하고, 한 획 그리고, 수정하고, 붓을 물에 헹구고, 물통을 깨끗이 씻어 말리고... 

    너희들과 함께했던 모든 작업은 천천히 나를 대면하고 나를 비우고, 나를 세우는 작업이었다.

    기도요, 선이요, 피정이었다.

    나으 아가들, 고마웠쪄~~~

    엄마가 여행 다녀올 동안 당분간 빛 안 드는 구석에서 푹 쉬렴....."

     

    그림 심리 치료를 잘 끝냈는지 이제 나의 마음이 평온하다. 나는 이제 밝게 웃는다.

    그러나 혹시 몰라서 여행에 가지고 가려고 아주 작은 그림용 공책과 잉크 펜을 챙겨두었다.

     혹시라도, 좋은 경치 보다가 누구누구 생각나서  갑자기 마음이 슬퍼지거나, 세상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고 감사해서 눈물이 날 때  (나의 성향으로 보아 아주 가능한 시나리오 ㅠ)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여행할 때마다--마치 여행 가서 잠을 못 이룰까  멜라토닌 몇 알 준비하듯이--작은 노트북과 그림펜을 챙겨 다닐 것같다,

    나에게 그림은 '약'이 되어버렸고, 앞으로도 그림이라는 약을 쉽게 끊지 못하고 의존하고 살 것같은데, 뭐....괜찮다.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약물 의존증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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