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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지도에 나타난 돌아가신 이모님
    부모님 이야기 2021. 6. 18. 09:50

    남편과 시댁에 갈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표를 예약한 뒤 숙소를 찾아보던 중이었다.
    에어비엔비로 시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파트를 예약을 한 뒤 주소를 받았다.
    구글 지도로 거리를 가늠해보고, street view 로 집 주위 환경을 관찰해보고 무심코 마우스를 움직여 시댁 주소의 street view 를 열었다가
    우리는 둘 다 화들짝 놀랐다.

    쟈닌이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쟈닌이 현관에서 문고리를 잡고 뒷모습이 구글 street view 사진에 찍힌 것이었다.

    90 세가 넘는 연세에도 똑바른 등, 편하면서도 세련된 색감의 옷,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하얀 지팡이.
    너무도 친숙한 쟈닌의 모습이었다.
    언제고 돌아서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헬로!” 하고 인사를 할 듯하다.

    쟈닌을 이렇게 보는 건 참으로 신기한 우연 덕이다..
    쟈닌은 우연히 길거리 사진에 찍혔고, 우리는 우연히 사진을 발견했으니.
    구글이 street view 를 2-3 년 마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한다하니
    만약 이번에 못봤더라면 이 사진은 다른 사진으로 교체되었고 우리는 사진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언제 찍힌 사진인가 보니 작년 6 월이었다.
    저렇게 잘 걸어다니셨던 쟈닌인데 1 년도 안되어 안락사를 택하시다니…
    6 월이면 역병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고, 온 세상이 불확실성과 불안의 어두움에 차있던 그 시기..
    다리가 불편해도 매일 산책을 거르지 않았던 쟈닌은 이날도 외출하셨었구나.
    이날은 어디를 다녀오신 걸까.  무엇을 드시고, 어떤 기분이셨을까…
    쟈닌 생전에 그녀를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어드리지 못했던 게 후회스러웠는데 구글 사진으로 만나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우연과 우연이 겹친 덕으로 다시 보게 된 쟈닌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아직 아물지 않은 안락사의 아픔이 다시 살아나
    나는 문고리를 잡고 선 쟈닌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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