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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상품 후기에서 받는 위로
    부모님 이야기 2019. 4. 6. 03:12

    내 블로그는 오랜 기간 ‘효도 블로그’ 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부모님께 소식을 전하고, 신변잡기를 기록하는 장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우리집에 와 계시는 동안은 블로그 업데이트가 전혀 안되고 부모님이 한국에 돌아가신 뒤에 다시 개장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애도블로그'가 되어서 죽음에 관한 글만 올라가고 있다. 즉, 독자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못된 블로그이다. (독자가 읽기에 편한 글-- 짧고 주제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글--이 아니라, '이거 언제 읽지' 싶게 하염없이 길고 주제가 산만한 글을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음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빠가 돌아가신 뒤 6 개월 후, 2014 년 초, 한 독자가 이멜을 해왔다. 그녀는 '아기 재워놓고 잠이 잘 오지 않는 새벽에 잠깐 메일을 보낸다' 며 부모님께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가 쓴 '상실수업'이라는 책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댓글 달기도 수월치 않고, 관리자 이멜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하는 내 블로그에 들어와 끝없이 긴 글을 찬찬히 읽어주고....부모님을 위해 책까지 보내주겠다고 하시다니. (엄마는 그분으로부터 책을 받았고, 책만큼, 그의 따뜻한 마음이 깊은 위로를 받았다.)


    그 후 몇몇 독자들에게서 개인적인 쪽지나 이멜을 받으면서 나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위로를 경험하기도 하고, 또한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글을 쓰는 게 꼭 누구에게 위로를 주려고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다면,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나 스스로도 오빠의 죽음, 아버지 병환의 어려운 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읽은 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별의 경험도 그렇지만 수발도 참 외로운 작업인데 시간이 없으니 support group 을 찾는 것도, 찾는다해도 만날 시간이 없던 차, 인터넷에서 발견하는 글들은 내가 외로움을 극복하고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게끔 해줬다.


    사실, 처음에는 좀 놀랐다. 오빠의 죽음, 병수발 등은 내가 모르던 세상이었고 그리고 알았더라도 추상적이기만 했는데 들어가보니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리고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겪는 분들이 참 많았다. 나는 자연스레 그 무리에---말없이--끼어들어 조용히 글을 읽으면서 일방적인 관계를 --나만 알고 그들은 나를 모르는---맺어갔다. 이해와 공감을 주고받는 소통의 표현이 없이 실제로 아무런 접촉이 없는 관계임에도, 나는 남의 글을 읽으면서 안정을 찾았다. 이제까지 어디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누군가---고통을 겪고 있는 인류의 작은 한 무리--와 온전히 연대하면서 안정감마저 느꼈다. 마치 우연히 장롱에서 찾아낸 족보 속에서 내 이름을 볼 때의 섬짓함과 겸허함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내가 이 세상에 이렇게 존재하기까지 이런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죽고 했구나…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오빠의 죽음 후에는 여러 블로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면 아버지 수발을 들면서 내게 가장 현실적인 도움과 위로를 준 '인터넷 글' 은---우습게도---바로 아마존의 상품 사용 후기들이었다. 아마존의 여러 노인용 상품 후기는 바빠서 글 읽을 시간이 없을 뿐더러 시간이 있어도 정신이 산만하고 몸이 지쳐서 긴 글을 읽을 수 없었던 내가 정기적으로 찾아 읽고 위로를 받았던 가상 심리치료 공간이었다.


    '아마존 심리치료사님들'을 처음 만난 것은 기저귀를 찾던 중이었다. 아버지가 기저귀를 착용하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약국에서 파는 기저귀가 비쌀 뿐더러 재질이 마음에 안들었다. 종일 누워계시는데 땀이 차기도 하고, 고무줄이 너무 빡빡해서 피부에 무리가 가기도 했다. 너무 바빠서 물건 사러 나갈 시간도 아쉬웠다.


    혹시라도 아마존에 내가 원하는 기저귀가 있을까 해서 찾아보았다. 상품 설명을 읽어보고 그게 정확한지 확인하려면 리뷰를 읽어야한다.


    별 생각없이 리뷰들을 읽어내려가다가 나는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구나. 자기를 위해서 사기도 하고, 남을 위해서 사기도 하고, 직접 용변 수발을 들고 있구나...!


    짤막짤막한 요약 평을 읽으면서 왜 나는 감동을 느끼는가? 나 스스로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되었다.


    "간병도우미 입장에서 이 기저귀는 아주 편리합니다."


    "저의 남편은 치매입니다. 이게 큰 도움이 됩니다."


    "할머니가 좋아하십니다"


    "저의 부인은 치매입니다. 이 기저귀는 우수한 품질에 가격도 착합니다."


    "제 오빠를 위해서 샀는데 오빠가 아주 만족해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고 좋아합니다."


    이렇게 아주 간단한 리뷰들이 미사여구 없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누군가가 기저귀가 필요하고 누군가가 기저귀를 사고 있다는 사실. 여러 해에 걸쳐 쓰여 모여진 리뷰들이었지만 여하간 나는 나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같아 반가웠다.


    짤막짤막한 리뷰 속에 개인사가 은근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치매 어머니, 요실금증 할머니, 뇌출혈, 파킨슨 병, 뺑소니 사고 후 기저귀 신세를 지게 된 조부모---나는나와 다른 상황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는 불특정 다수의 이웃들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갔다. 안도감같은 게 느껴졌다.


    "저의 어머니는 95 세이고 제가 모시고 있습니다. 저는 어르신들의 여러 문제는 물론이고 성인용 기저귀의 세계는 문외한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제까지 제가 구입해온 기저귀보다 훨씬 월등한 재질의 이 기저귀를 우연히 발견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착용하기 쉽고, 흡수력이 뛰어난 이 기저귀!! 어르신들의 요실금 문제로 고생하신다면 이 기저귀가 다 풀어줄 것입니다. 아주 아주 만족합니다."


    "제 할머니는 이것이 지금까지 사용해온 기저귀 중 최고라고 말씀하십니다. 속옷처럼 편하다고 하십니다. 벗기도 쉽고 버릴 때 돌돌 말기도 쉽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위해 이 기저귀를 몇 년동안 구입해오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우수합니다. 플라스틱같지 않고 천과 같이 감촉이 부드럽고 좋습니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싼편입니다. 아주 만족합니다."


    "이 기저귀는 뺑소니차 사고를 당하시고 거의 침대에만 누워 계시는 저의 조부모님의 구세주입니다. 이 기저귀 덕에 부모님의 존엄성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품질이 우수합니다. 할아버지가 기꺼이 착용하려 하는 걸 보아 불만이 없으신 것같습니다. 쉽게 새지 않고 냄새도 잘 나지 않습니다."


    "저의 시아버지가 이 제품을 몇 년째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남편과 제가 모시고 있습니다) 여러 기저귀를 사용했지만 이 제품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옆에 탭이 있어서 조절하기가 쉽고, 소변이 어느 정도 흡수되었는지 보여주는 선이 있어서 기저귀를 언제 갈아드려야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나는 내가 원하는 기저귀만이 아니라 다른 기저귀들의 상품 평도 읽기 시작했다. 읽는 자체가 나에게 위로가 되어서였다.


    "저의 연로한 어머니는 사고를 여러번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얼마전까지는 패드를 사용했다가 지금은 기저귀 팬티를 입으셔야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이 브랜드를 아주 좋아하십니다. 입고 벗기 편하고 품질도 훌륭합니다. 문제는 이 브랜드를 가게에서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는 90 세의 불구 환자의 간병인입니다. 지금까지 월그린스 가게에서 32 개당 20 불을 주고 기저귀를 구입해왔습니다. 환자의 가족이 좀 절약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을까해서 제가 기저귀들을 찾아보다가, 이 기저귀를 만드는 회사가 제가 월그린스 가게에서 사는 기저귀를 만드는 회사와 동일한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기저귀는 가게에서 사는 기저귀와 비교해 품질이 동일하나 가격이 엄청나게 싸다는 장점이 있네요. 흡수력이 뛰어나고 착용감도 좋습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시간 절약, 돈 절약 (자동차 가스비)! 강추합니다."


    "아마존에서 이것을 주문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가게나 수퍼에서 기저귀를 사야하는 수고를 덜어줍니다 우습게도 제 친지들을 위해서 기저귀를 고를 때마다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게 되네요. 아마존으로 주문하니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면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 기저귀 덕에 저의 엄마는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두껍고 흡수력이 좋아서 외출할 때 안전합니다. (패드를 썼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 몇 번 있었지요.) 완전 히트입니다!"


    "뇌출혈후 회복기에 있는 어머니를 위해서 샀습니다. 낮에 착용기에 완벽한 기저귀!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엄마 (my cute and adorable mother) 를 위한 훌륭한 기저귀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치매인데, 아버지가 엄마를 혼자 돌보는 게 힘에 부쳐 일년 전부터 요양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끔은 엄마를 모시고 외출을 할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 잠깐 외식을 할 때야 문제가 없지만, 어쩌다가 집에 와서 좀 오래 계시다 가실 경우에는 기저귀가 필요합니다. 제가 기저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엄마가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같습니다. 어머니는 파킨슨 병까지 있어서 기저귀 혼자 차는 게 어려운데 이 기저귀는 그냥 올려 입으면 되기때문에 아주 편리합니다."


    아.....사람사는 냄새가 폴폴 나고, 사람 사는 맛이 쓰고 달달한 후기들!!


    그러나 모든 후기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되려 불편할 때도 많다. 너무 절박해서, 너무 가난해서, 너무 외로워서...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쳐 지나면서 괜히 미안한 마음마저 들기도 했다.


    특히 성인이 된 자녀를 위해 기저귀를 구입한 부모들의 후기는 나의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했다. 내가 기저귀 상품 후기를 처음으로 찾아 읽던 어느날 한밤중에 거실 구석에서 소리내어 울게 만든 것은 "이 기저귀는 저의 아들을 위한 것입니다" 라고 시작하는 글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아버지를 위해 성인 기저귀를 검색 중인데... 아들을 위한 기저귀라니...아들이 성인이라는 소리?'


    아아아....
    둔기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같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새로이 입력된 정보가 나의 머리에 큰 혼란을 가져와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제 아들에게 아주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몇년째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피부에 자극이 없고, 가격도 착합니다. 계속 사용할 것입니다."


    "이 기저귀의 장점은 고무줄로 되어 있어서 입기 편하고 착용감도 좋습니다. 딸아이가 편한 게 제일 중요한데 아이는
    이 기저귀가 편한 것같습니다. 팬티처럼 잘 맞고 옷 속에 입어도 티가 잘 안납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못할 일은 아니야! 분명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그런 보람과 기쁨이 있으리라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내가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된 어떤 부모들의 일상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공원에서 성인 자녀를 태운 휠체어를 미는 부모들 보면서 참 힘드시겠다, 훌륭하시다~ 하고 지나쳤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힘들어도 분명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보람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사고는 아주 추상적인 것이었음을 나는 처음 깨닫게 된 것이다.
    쉽게 새지 않고, 냄새가 덜나고, 갈아주기에 편한 기저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에 몇 번씩 덩치가 큰 성인 자녀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그리고 그 아이가 회복되리라는 희망 없이 매일매일 같은 일을 묵묵히 하는 부모들의 일상을 처음 맞닥뜨리면서,
    내가 상상도 못하는 상황이 피할 수 없는 매일매일의 '현실'인 부모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나는 이제까지 한번도 해보지 안았던--아니, 하지 않으려고 했던--불편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20 대의 에밀과 꼴렛의 기저귀를 가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아이들이 자폐라서 영원히 기저귀를 갈아줘야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나는 어떤 엄마일까?


    "자폐 딸을 위해 기저귀를 구입했습니다. 아이는 의사 표현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전에 쓰는 기저귀랑 비교해서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대답을 잘 못하네요.
    어떨 때는 새 것이 좋다고 하고 어떨 때는 원래 것이 좋다고 해요. 현재 두 개를 다 사용하고 있어요."


    "저의 아들을 위해 구입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호스피스에서 사용하는 기저기와 같습니다. 소변이 새거나 냄새가 나는 등,
    창피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해줍니다."




    "매 기저귀가 따로따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보기도 좋고 위생적입니다. 시중의 유명 상표의 기저귀보다는
    아주 조금 작은 것같습니다만 가격 면에서, 품질 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기저귀 덕에 제 삶이 편해졌습니다."




    성인 자녀를 위해 기저귀를 구입한 부모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삶을 공유하고 있었다.
    나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읽어내려갔다.
    왜 내가 이렇게 자꾸 읽고 싶은 걸까?


    그 답을 알았다. 부모가 자식의 기저귀를 간다는 게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이 힘든 상황이었으나, 상품 후기를 올리는 부모들은 자기들이 어떤 상황에 기저귀를 구입하며, 기저귀의 품질을 조목조목 평가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자신의 상황을 감정을 섞지 않고 편안하게 묘사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그것을 남과 나누는 것이 새로웠고 그것을 배우고 싶었다. 댓글들을 열심히 읽다보면 그들이 따뜻한 사랑을 쿨~한 이성으로 관리하여 자녀들의 병수발을 드는 것, 그들의 '내공'의 저력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같았다.


    '그렇지. 문제가 있으면 풀어가면 되는 거야.
    받아들일 것 받아들이고, 해야할 일 하고...그러면 되는 거야.
    나도 합리적으로 사고하면서 살아야겠다.'


    라고 굳게 결심을 하곤했다.


    특히 용기를 준 리뷰들은 기저귀를 쓰고 만족해하는 사람들이 '기쁨'을 표현할 때였다.

    "제 딸은 심한 자폐증을 앓고 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저귀를 아주 많이 사용해야합니다. 이렇게 싸고 좋은 기저귀들을 발견해서 기쁩니다."


    "아마존에서 이 기저귀를 발견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많이 사서 아이의 목욕탕 선반에 쌓아두고 몇 개는 꺼내서 화장실 옆의 예쁜 박스에 보관합니다."

    간단하나 힘찬 "그레잇! 제 딸아이에게 잘 맞습니다" 라는 리뷰에 나는 미소지었고,


    "제 딸에게 완벽하게 맞습니다. 천 기저귀처럼 공기가 잘 통합니다. 강추! 여성들에게 특히 좋습니다. 다른 말 할 게 없네요.
    즐거운 추수감사절 되세요!"


    라는 리뷰에는 그게 몇년 전에 올린 리뷰임을 알면서도 '해피 땡스기빙! 갓 블레스유!' 를 외친다.
    이, 엄마 아빠들, 다 내 친구들같다.


    아마존 상품 후기를 통해 나는 인종, 언어, 시간을 초월한 어떤 공동체에 속해, 가끔은 경외심에 가까운 충격도 느끼고, 어떨 때는 그냥 혼자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몸을 못쓰는 어느 누군가가 어디에서인가 돌봄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그리고 누군가가 어디선가에서 혼자 돌봄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덜 외로워졌다. 내 삶이 '정상적'인 것같이 느껴졌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서로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지, 나는 실제의 삶에서도 아마존 리뷰어들처럼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고 정보를 공유해주는 의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아마존 상품 후기를 공유한 사람들마냥 이들도 자신의 삶을 몇 문장으로 간단히, 정직하게 나누었다. 그들은 대부분 예의바른 small talk 같은 거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직접 본론으로 들어간다.


    예로 부모님 모시고 병원에 갔을 때 아버지 서류를 처리하던 사무직원이 뜬금없이 나더러, "당신의 어머니, 아침에 일어나실 때 천천히 일어나시라고 하세요. 저의 어머니는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는데 혈압으로 쓰러져서 목과 척추를 다쳐서 2 년간 침대 신세지고 돌아가셨어요. 누웠다가 일어날 때 혈압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조심해야해요" 라고 했다. 그 충고를 받아들여 엄마는 아침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일어나신다.


    한국 슈퍼마켓에서 과일을 고르는데 옆에 있던 아저씨가 엄마더러, 역시 뜬금없이,


    "어머니, 다리 힘이 약해지시면 안됩니다.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연습을 하셔야해요. 근육을 만들어줘야해요. 한번 해보세요."


    하더니만 엄마에게 다리 운동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도 자기 엄마 생각이 나서 나의 엄마에게 효도한 것이다. 그 소리를 교훈삼아 엄마는 스쿼트 운동을 매일 하신다.


    어느날은 엄마가 산책을 하고 있는데 엄마 옆으로 자전거로 지나친 중학생 아이가 자전거를 급히 세우고는 엄마가 자기에게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엄마에게 하이 파이브! 를 했단다. 웬만한 중학생 아이들은 노인네들은 호수의 거북이나 정원의 토끼보다도 더 관심을 안 기울이는데, 그 아이는 아마도 나름대로 어떤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기에 지나가는 한 동양인 할머니를 보고 멈춰서서 격려할 생각을 한 것이겠지...



    나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때 거르지 않고 자유스럽게 내 경험을 나눈다. 지금까지 내 삶에서 사람들과 소통이 이렇게 쉬웠던 적이 없다. 사람들과 단시간에 벽이 허물어진다. 나보다 덜 힘든 사람을 보면 축하해주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보면 존경심과 격려를 표현하게된다. 남들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짐을 갖고 가는 사람들은 남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자기보다 편한 팔자를 질투하거나 할 시간이 없다.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자기 일을 하면서 남의 일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준다. 나의 경험으로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해도--격려가 되었다. 그만큼 외로운 일이기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은 옛날에는 전혀 없었던 만남들이다. 그리고 기대치 않았던 상황에 저절로 생기는 support group, 정기적으로 만나 위로를 주고받지 않아도아니 위로를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 후하게 전해지기에  감동을 주는 위로는 귀한 축복이다. 



    독자들에게 친절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서도 이 블로그를 아직 닫지 않는 이유가 있다. 내가 아마존 상품 후기를 읽으면서 안도하고 위로를 얻었듯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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