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
퀘벡시를 떠나….카테고리 없음 2023. 7. 13. 06:51
(어무이, 이건 그저께 쓴 건데 지금 이동 중 어무이 눈요기 하시라고 그냥 올려요. 몸은 어제보다는 좋아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쉬려고요. 그럼 또❤️) —— 퀘벡시의 맞은편 Levis 란 지역에 있었던 우리 숙소는 베란다에서 퀘벡시가 한눈에 보였다. 쌩로랑스 강과 우뚝 솟은 성의 경치를 멀찌감치서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나를 집에 남겨두고 남편과 딸만 사이클링을 했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선물—행복한 고독의 시간—을 준 남편과 딸, 땡큐! 요즘 나는 옛날보다 사진을 많이 안 찍기에 사진이 몇 장 없는데 그중 아침, 석양, 저녁의 사진을 뽑아보았음. 집의 벽에는 사진과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집주인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추정되는 아마추어 냄새가 폴폴 나는 그림들이 많아서 정겨웠다. 높은..
-
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4)카테고리 없음 2023. 7. 12. 07:11
옥자 아줌마와 통화를 한 뒤에 나는 엄마와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옥자 아줌마와 이야기가 흥미롭고, 옥자 아줌마 이야기를 들은 뒤에 엄마랑 이야기는 더 재밌어진다. 두 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시 분위기나 사건들이 좀 더 선명하게 가깝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는 옥자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니 ‘맞아. 그랬어.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 그 친구는 정말 그랬어’ 라시며 옥자 아줌마의 버전을 확인해 주셨다. 그런데 엄마가 아줌마의 말 중 약간 의아해하신 대목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 (옥자)는 간부였고, 너의 엄마는 반동분자였다'라는 말. 엄마는 ”내가 반동분자라는 취급을 받은 건 맞아. 그런데 옥자가 학교의 간부였다고? 금시초문이야. 우리 학교에는 ’간부‘라..
-
퀘벡/아이스크림카테고리 없음 2023. 7. 8. 22:24
7 월 5 일, 숙소에서 ferry 를 타고 퀘벡시로 가서 구석구석 걸었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역사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날이란다. 엄청 더웠다. 세번 째 방문이니 새로운 것에 놀라고 감탄할 일은 없었지만 친숙한 외국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며칠 우리를 봐러 와 준 딸과 함께 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후끈후끈한 기후에 익어버린 몸을 식혀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했다. 눈앞에서 금방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을 흘리지 않으려고, cone 옆으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급히 혀로 핥으며 깔깔거리듯, 우리는 그렇게 소중하고 달콤한 시간을 만끽했다. 오늘 새벽, 커피를 내려 테라스로 나가니 어젯밤에 내린 비로 의자, 탁자가 젖어 있었다. 비가 내린 뒤의 맑은 공기를 두고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공책과 펜을 ..
-
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3)카테고리 없음 2023. 7. 5. 02:02
옥자 아줌마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뭔가에 의존한다는 것은—그게 인간이든, 지팡이든—아줌마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몸이 불편하게 된 뒤에도 부축받지 않으려고, 지팡이를 잡지 않으시려고 안간힘을 다 쓰신다고 했다. 4 개월 동안 요양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뒤에 집에 돌아왔지만 운전도 쇼핑도 혼자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줌마에게는 아주 한탄스럽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서질 못한다. 간병인들이 와서 샤핑이라던가 청소, 요리를 도와주는데 샤핑 갈 때는 내가 꼭 샤핑 카트를 민다. 그게 지팡이를 잡는 것보다는 덜 창피하다. 암 투 위익! (I’m too weak.)” (아줌마는 적시 적소에 교포 영어 구사하심) 병원에 가서도 휠체어를 타기 실어서 벽을 잡고 천천히 걸으셔서 사람들이 독..
-
Bonjour de Montreal!카테고리 없음 2023. 7. 4. 07:32
남편과 휴가를 왔다. 퀘벡. 퀘벡은 세 번 째이다. 남편과 단 둘이 왔다가 너무 좋아서, 그 이듬해 아이들과 함께 왔었고, 이제 다시 우리 둘만의 여행. 너무 좋아서 이러다가 캐나다로 이민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 남편과 나는 스페인에서 자동차 여행을 꿈꿔왔으나 지난 몇 년, 시부모님 건강/죽음으로 유럽을 매 해 1-2 차례 다녀왔고,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스페인은 바이 바이! 퀘벡은 미국과 유럽의 중간에 위치하고, 특히 불어를 사용하는 퀘벡은 캐나다의 타 지역을 포함, 북미 문화와는 차별화되는 고유문화가 있고, 협만의 절경, 울창한 숲과 산, 셀 수 없이 많은 강 등 다채롭고 광활한 자연이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 친숙해져서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불러..
-
오빠 기일/ 그림 의존증카테고리 없음 2023. 6. 26. 13:45
6 월 22 일은 오빠가 세상을 떠나신 지 10 주기. 드라마틱했던 2013 년 6 월, 어떤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어떤 기억은 바로 어제 일인 양 생생하다. 오빠가 운명하신 순간은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강렬한 색상과 강도로 내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오빠 기일에 오빠의 앨범을 거실 탁자에 놓았었는데 올해는 내가 그린 그림을 놓았다. 엄마가 오빠를 생각하면서 정성 들여 써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읽으시는 기도문을 그림 앞에 놓았고, 정원에서 꺾은 꽃, 잔잔한 향의 초를 켰다. 엄마가 그림을 보며 '색깔이 곱다, 찬란하다, 마음을 밝게 해준다' 라고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오빠는 우리와 온전히 함께했다. 한국의 이모님과 이모부, 사촌 동생이 사진을 보내왔다. 오빠 기일이라고 오빠 묘소를 찾아가서..
-
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2)카테고리 없음 2023. 6. 21. 07:43
나는 엄마로부터 엄마의 고향, 신포에 대해서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옥자 아줌마를 만나면서 나의 지식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와 옥자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전쟁 전 신포시는 1 구에서 6 구까지 나뉘어 있었다. 1 구는 가난한 어촌 마을, 2 구는 '주재소' (경찰서)가 있는 곳, 일본인들의 집이 많이 있었다. 3, 4 구는 살림이 넉넉한 사람들부터 아주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구역이었다. 5 구에 학교가 있었고, 학교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었으며 6 구는 거지처럼 아주 못 사는 사람들이 살았다. 신포시의 한 가운데에는 '금강 백화점'이라 불리는 아주 큰 가게가 있었다. 현대식 백화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100 가지의 종류의 물건이 있다는 의미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아줌마는 2 구에서..
-
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1)카테고리 없음 2023. 6. 20. 02:54
나에게는 정기적/간헐적으로 통화를 하는 홀로 하는 '연상의 여인'들이 몇 분 있다. 정기적인 대화는 금요일 zoom으로 이스라엘 어머니와, 1 주일에 두 번, what'sapp으로 쟈클린 이모님. 그 외에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다가 가끔 통화를 하는 어르신들이 몇 분 있다. 그중의 한 분은 엄마의 친구, 옥자 아줌마. (가명) 옥자 아줌마는 엄마와 함경도의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로 현재 미국에 사신다. 나는 어렸을 때 두어 번, 그리고 미국에 와서 한 번, 아줌마를 뵈었다. 아줌마와 엄마는 옛날 친구라는 공통점을 빼놓고 아주 다른 사람들이다. 아줌마는 사람 일에 관심이 많고, 자기가 들은 이야기를 남과 나누는 스타일이다. 아줌마는 국제전화 비용이 비쌌던 때,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 친구의 소식을 미국에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