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우리 마당을 휘익 둘러보고, 꽃으로 가 코를 대어 보기도 하면서


여유있게 돌아다녔다.  그 뒤로 랄라가 기쁨을 누르지 못해 춤추면서 따랐다.



고양이한테 분명 우리 마당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우리집 모래터는 고양이들의 '꿈의 화장실'이다.


호화판 화장실. 고양이 수준으로 보자면 엄청 넓고 (여기다 싸고, 저기다 싸고 여기저기 싸도 된다!)


그 주위로 나무와 꽃이 있다.


딜럭스 화장실이라고..


모래를 마구마구 파면서 스트레스 풀 수 있으니 고급 자쿠지가 안 부러울 것이다.


게다가 이 아줌마가 바리케이트까지 ?놔서, 울타리 너머,


고양이 잡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적들 (동네 애들)의 마수에서 안전하게 보호되어 용변 볼 수 있지.



고양이는 나 보란 듯이 용변을 봤다.


나는 속으로 '안돼!' 했다가 그냥 오늘 한 번만 봐주자 맘 고쳐 먹었다.


곧 주인에게 돌려주면 되니까..



늘씬하고 날렵한 미모의 고양이가 다시 마당을 서성이는 동안


나는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러나 사랑에 깊게 빠지면 안된다 싶었다.


어서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여기 저기 전화를 걸었다.



"여기" 라 하면 우리 동네 사는 동네처자,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저기"라 하면 다른 도시 사는 도시처자, 역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 두 처자들은 만나면 맨날 고양이 이야기를 했는데, 들어보면 '귀엽다' '예쁘다' '사랑스럽게 군다'


등등, 마치 아기 엄마가 아기 예뻐하듯이 이야기하곤 했다.  자기들 끼리 이야기할 때는 들을 수


없는 다정한 소프라노 소리로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아기들을 무척 예뻐하지만 (이전에는) 고양이한테는 그런 감정이 안 들었다.


반짝 하고 쳐다보는 눈이 예쁘긴 하다만,  뭔가 째려보는 거 같고,


차려주는 밥 잘 먹고, 종일 퍼지게 자고,


가끔 되되한 모습으로 엉덩이 올리고, 과시하듯이 걸어다니는 모습이


좀 털널한 거 좋아하는 내 성격과는 안 맞는다고 느꼈다.



게다가 아기들은 커가면서 방긋거리고, 말도 하니 사랑이 점점 자랄 가능성이 커지지만


고양이는 뭐냐?


아무리 잘 해봤자, 아무리 관계가 깊어져봤자, 아무리 커봤자


결국 '골골'소리만 내는 거지 뭐 더 있냐?


나이 먹으면서 털이나 빠지고...


(이런 모진 소리 하면서 고양이들한테 미안한 생각이...-.-)




동네처자에게 연락이 안 됐다. 메시지를 남겼다.


도시처자에게 전화. 



도시처자는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치 산에서 도닦은 영험한 도사님처럼 의미심장하게 침착한 톤으


로 말했다.



"그 고양이, 언니를 찾아 들어온 거야."


뭔 소리야?



나는 지금 이 난국을 어찌 대처하나, 이 고양이를 어떻게 처치하냐를 물어보려는 건데?


왠 뚱딴지 같은 소리람?



영험한 도시처자, 계속 강조한다.



"걔가 언니네를 찾아 들어온 거라고. 고양이들이 그래. 자기들이 주인을 선택해."


(어어...나도 업둥이 생각하면서 그 생각했는데...도시처자, 정말 도사 되나부다.)


갑자기 도시 처자의 긴 머리가 도사님의 휫날리는 흰 수염처럼 예사스럽지 않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수십마일 떨어져 사는 도시처자, 마치 이 고양이를 본 기라도 한 것처럼 진단을 내린다.



"아마 배가 무척 고플 거 같으니까, 일단 집에 있는 튜나 캔 하나 뜯어 줘."


"사람 먹는 거 줘도 돼? 늬들은 고양이 밥 따로 먹이잖아?"



영험한 도시처자, 뭔지도 모르면서 깝짝거리는 나에게 한방 먹인다.


"배고픈데 이거저거 왜 따져. 그냥 먹을 거 주고 물도 주고."



전화 끊으면서 영험한 도시처자, 다시 여운있는 말을 남긴다.


"걔가 언니 찾아 들어온 거라니까."



참치 깡통을 꺼냈다.


랄라는 '와, 우리가 고양이한테 먹이를 준다!' 하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나는 깡통을 뜯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어쩌라고.'



정말 고민이었다.


어서 주인 찾아주면 끝날 일인데, 고양이가 나를 찾아 들어왔다면..


고양이가 뭘 보고 날 찾아오지?


우리 집 열려 있어서?


근데 오늘 우리 애들 수영가는 날이었는데, 우연찮게 랄라가 아파서 못 간 거잖아?


정말 얘가 우리랑 엮어지려고 생긴 일인가?


날 찾아 왔단 말이지?


갑자기 어떻게 주인을 찾아줘야 고민하는 내가 나쁜 사람같이 느껴지는 건 왜?



근데 이게 뭐냐?



만약 내가 주인을 찾아 이 고양이를 넘겨주면...


내/가/ 날 찾/아/ 온 고/양/이/를 버/린/ 사/람/이 되/는/ 거/잖/아?


왜 갑자기 내가 '버리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거지?



아리송해.


오랫만에 낮잠  '사지 뻗고' 낮잠 잘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고양이 잡으러 뛰어다니고,


바리케이드 치고, 긴급 전화 걸고,


내 사랑하는 모래터에서 고양이가 똥 누는 거 보고


결국 내가 '고양이 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이 시나리오,


정말 이해가 안갔다.



찬장을 들여다보며 망설였다.


어떤 그릇에 먹이를 주는 건가?


고양이하면 벼룩부터 연상하던 나,


고양이 먹으라고 우리가 쓰는 사기 접시를 쓰는 게 뭔가 찜찜했다.


그렇다고 손님인데 플라스틱 접시 쓰고 싶진 않았다.


(옴마? 너, 남들이 들으면 손님들 끔찍히 챙기는 줄 알겠구마..


손님들 왔을 때 밥도 못 챙겨주면서..증인들이 뻘뻘 살아있다. 말 조심해라!~~.)



나는 고양이가 먹고 난 뒤에 그릇을 삶거나 락스를 풀어 씻겠다 작정하고 사기 그릇에


참치를 담았다.



내 그릇을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고양이가 나에겐 먼 존재였다.



랄라는 벅차했다.



친구집 개한테 밥 줄 때 "나도 한번만 밥 주게 해줘!" 부탁하던 게 어제 일인데


자기 집 마당에서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는 게 얼마나 감격스럽겠나.


'아, 엄마, 고양이 갖고 싶어. 이 고양이 우리가 가졌으면 좋겠어.'




나는 대답도 안 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두려웠다.  사랑은 끊을 수 있지만


정이라도 들면 어떻게 하나? 정든 애를 주인에게 돌려줘야한다면 얼마나 괴롭겠나?



랄라가 쵸코렛을 입에 담은 듯이 달콤한 소리로


'고양아, 고양아, 이리 와, 이리 와' 하고 불렀다. 


그것도 한국어로!!


고양이한테 한국말이 통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고양이는 그릇을 보자마자 반색하며 달려왔다.


참치를 보자마자, 그 냄새가 좋은지


"샤아악~~" 소리를 냈다.



(어어, 얘 뭐야? 고양이가 왜 뱀 소리를 내나? 영험한 도사에, 뱀소리 내는 고양이에, 전설이 고향이 따로 없다.-.-)



고양이는 참치를 미친듯이 먹었다.



옴마, 얘 무지 배고팠구나.


가엾은 것...어디서 먹지도 못하고 돌아다녔니.



그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엽기도 하고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먹을 것에 집중하는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는 중, 동네처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조치종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동네처자, 하하하하!! 하고 박장대소 하지 뭔가.








우리집에 펠릭스가 들어온 날은 룰루가 친구랑 수영을 가고,

랄라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머물러 있었다.

아픈 아이 돌봐주겠다는 엄마는

이게 왠 쾌야? 하면서

소파에 완전히 사지를 쫙~ 뻗고 (이거이, 중요한 포즈입니다)


혼절 상태로, 무아지경으로 오후 잠을 자고 있었다.

랄라의 목소리


"엄마, 고양이가 집에 들어와!"


나는 꿈인 줄 알았다.

그래서 꿈쩍도 않고 잠을 잤다.


근데 다시 격한 목소리


"엄마, 까만 고양이가...우리집에 들어와!!!"


부시시 일어나 눈을 떠보니

저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들어올 태세이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급하니 한국어가 튀어 나왔다.


"얘, 들어오지 마. 여기 늬 집 아니야. 나가, 나가, 나가!"


근데...

야가 한국어를 못알아 듣는지

우기면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어...얘는 이중언어 동물이 아니구나.

다시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Get out! Get out!!"

근데도 우기면서 들어오려고 하는 거다.

내가 무섭지도 않은가?

음..

문제는 내가 무서워하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를 본 적은 있고, 쓰다듬어본 적은 있어도 덥석 안아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가.

나는 첫 아이 낳았을 때 어떻게 먹이고, 어떻게 갈아 입히는가를 몰라 쩔쩔매던 모습으로


고양이 앞에서

쩔쩔..

쩔쩔..

고양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뭔가 호소하는 듯했다.

나는 원래 그런 시선에 좀 약하다.

들어오진 못하게 막아서서, 그렇다고 번쩍 들어 내놓지도 못하고

황당해하는데

갑자기 생각났다.

고양이가 어딘가에 똥 싸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 싼다는 이야기가.

그럼 큰일이다. 


우리집 마당은 조그만 모래터가 있다.

언젠가 동네 고양이 한 마리가 이 모래터에 목숨 걸던 적도 있는데

이 까만 고양이도 그러면 어떻게 하나!


갑자기 내 집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 불끈 기운이 났다.

고양이한테 씨게 이야기했다.

영어로 계속,


"얘, 너 여기 들어오면 안 돼.  저기, 저기, 저기로 가. 응? 나가라, 나가."

채근했다.


차마 고양이를 안지 못하고 고양이를 발로 살살 밀었다.


그러다가 또 든 생각,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은 벼룩이 많다는 소리.

한번 벼룩 옮으면 고생한다는 소리.

혼자 깜짝 놀라서 발을 치웠다.

그리곤 사정했다.


"나가라. 나가."


근데 얘가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마당을 이리저리 돌면서 구경하는 것이었다.

어어...

그동안 랄라는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고양이가 들어오다니.

고양이가 안 나가려고 한다.

아, 어서 오빠 왔으면 좋겠다.

이거 보여주고 싶다.


고양이가 모래밭에서 실례를 하려는 순간,

나는, 우리 동네 애들이 발 벗고 노는 이 놀이터를 고양이 똥통으로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큰 소리로 고양이를 쫓았다.


고양이는 섭섭한 듯이 나를 째려보더니 (-.-)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우리집 밖으로 나갔다.


(고양이가 표정 있다는 사실, 아시는가?)

그런데 문제는 고양이가 밖으로 나간 다음이었다.


밖에서 총쌈하던 애들이

와!~~~ 까만 고양이다~~ 하면서 달려오는 것이었다.


고양이는 재빨리 차 밑으로, 나무 밑으로 도망다녔다.

어찌나 빠른지 비디오 테입 빨리 돌리는 거 같았다.


나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 그냥 있게 둘 걸...


나가라고 해서 네 삶이 고달파지는구나.

어찌하나..


그러다가 고양이가 아주 높은 위로 도망갔다.

나도 고양이를 쫓아갔다.


나무 밑에서 플라스틱 총을 든 10 세의 남자애들이  재밌어 하면서 총을 겨눴다.

어떤 중학생 녀석은 나무를 흔들었다.


이럴 순 없다!

나는 꺼이~~~ 부르짖었다.

"고양이 내버려 둬! 그만!!"

나를 아는 동네 애들이  (나 무서운 아줌마) 동작 중지!!


나는 고양이에게 이야기했다.

아기에게 이야기하듯이.

그리고 내가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 있는 한국어로...

알아듣던 말던


"고양아, 고양아, 여기 내려와.  내가 잡아줄께. 내려와. 응?"

나는 이런 상황에 고양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들 들었다.

경찰들이 와서 고양이를 내려준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고양이가 (아까 한국어로 얘기했을 때 나를 무시했던 녀석이기도 하니) 나의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한발 두발 시험삼아 아래로 내딛는 시늉을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감격했다.


이 녀석이 이중언어자였구나!

아까 한국말로 할 때 안 들은 거는 그냥...우리 집에 있고 싶어서였구나.

나는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나한테 안 와도 좋으니까, 내 옆으로 지나가.

내가 너를 보호해줄께.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우리 집으로 들어가."


나는 설마 고양이가 나에게 오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고양이가 조심조심 내려오더니 내 옆에 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덥석 고양이를 안았다.


푹신한 털의 감촉에, 가죽이 밀리면서 만져지는 살과 뼈가

그 연약함이, 나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질러 버렸다.


나는 이 고양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먹여주고,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감사한 마음이 들던지.


업동이를 받은 사람들이 이래서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건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나를 선택해준 그 생명에 대한

고마움이 있는 건가?


나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대문을 닫았다.


다른 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우리 집은 동네 애들이 쑥~~ 맘대로 밀고 들어오는 집이다.


혹시라도 애들 때문에, 특히 아까 그 권총족 애들 때문에 고양이가 놀랄까봐

나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들어오지 말라고 부탁한 것도 모자라


아이들 스케이트보드랑 정원 의자 등을 문 앞에 막아 바리케이드를 쳤다.


앞으로 어쩐다?


문제였다.








                                             2 년 전, 제가 사는 도시에서

                                      African Children's Choir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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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한번 들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