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버지 간식 드리고, 이를 닦은 뒤에 '혀 운동'을 위해 엄마가 아버지 앞에 서셨다.

(목에 음식물과 약이 걸려서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사례가 몇 번 있은 뒤에

혀 운동을 시작하셨다)


내가 할 때보다 엄마가 하실 때 아버지의 운동 효과가 더 있어서

엄마가 주로 운동을 담당해주시는데.


엄마는 각 잡힌 조교 포스가 줄줄.

그런 엄마를 미소를 띄고 가만히 바라보시던 아버지...


"여보, 내가 H 대 인문대 학장으로 있었을 때말야..."


엇, 아버지,

왜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그것도 막 운동을 하려고 하는 참에?





엄마는 의아한 기색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셨고 나는 옆에서 방 정리를 하면서 귀를 세워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때 내가 늦게까지 연구실에서 공부했었잖아.

당시에 어떤 여학생이 나를 무척 따라다녔어.

당신도 알지 몰라. 얼굴이 갸름한,  조교하던 아이인데...

걔가 내가 연구실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있을 때 자주 찾아오는 거야.."


(엄마) "난 누군지 모르겠는데...그래서요?"


"시에 대해서 물어보겠다고 와서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랬는데요?"


"너무 자주 찾아오고, 맥주 사달라고도 하고 그래서 내가 부담스러웠어."


"그랬어요?"


"그래서 어느 날 맥주를 사주면서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려고 하면 안된다고,

단 둘이 술 마시자고 하면 안된다고 좋게 이야기해줬어."


"아, 그랬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담엔 걔가 안왔지.

나중에 그 아이가 다른 학교 선생과 열애를 했다고 해.

난 안 그래서 다행이지."

"그랬어요?"


"그리고 S 여대 강의 나갔을 때도 대학원 학생 중에 나를 쫓아다닌 여성이 있었는데 

난 절대 응하지 않았어."


"맞아...그랬지요."


"또 S 대학교에서 학생들 인솔해서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 남학생들이 나랑 같이 간 H 교수에게 

호스티스를 붙여줘서 자꾸 같이 뭘 하게 하려고 해서, 이러고 있다간 이 여자랑 자야하는구나 싶어서 도망쳐나왔고.."


"맞아, 그때 술집에서 도망쳐 나왔다가 길을 잃어서 학생들이 우리 교수님 찾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었지요. 하하하!"


"그랬지. 

난 정말 그런 게 싫었어. 

그리고 난 언제나 당신을 생각했어."


(엇, 뜬금없는 사랑고백?!)


엄마가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난 당신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을 항상 믿었어요."


"당신이 날 믿는 것을 알았지.

나도 당신을 믿었고...."


나의 존재를 무시하고 두 분이 주고받는 정겨운 대화,

내가 침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데도 완전 무관심이셨다.

세상에 단 둘이만 존재하는 듯이...


"자, 이제 운동합시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두 분은 간지러운 대화는 가볍게 뒤로하고 힘차게 '혀운동'을 시작하신다.


자, 모음부터에요~

아...에....이...오...우....

가...게...기...고...구....

.....

혀를 쭉 내밀어보세요~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




60 년 같이 산 부모님, 

젊어서는 서로를 몰라 많이 다투고,

나이 먹어가면서는 삶에 허덕이면서 경황이 없었고,

주고받은 상처가 남아 60, 70 대에도 가끔 아프던 그런 관계였다.

자식을 중심으로한 운명공동체'의 부부,

두 분은 의리로서 서로를 챙겨주는 모범적인 부부일따름,

달작지근한 사랑과는 거리가 있었던 부모님.


그러나 최근에 두 분의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당신이 이렇게 잘 생긴지 몰랐네요!"

"당신은 항상 예뻐~"

"여보, 고마워요!"

"당신이 옆에 있으니 너무 좋아요."


이런 닭살 멘트가 서슴없이 들린다.


흠...이게 바로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고목나무에 핀 꽃인가?


신기하고 아름답다.

같이 있는 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