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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치 앞을 몰라서 다행이다
    부모님 이야기 2018. 4. 7. 11:24

         

    아래는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시기 40 분 전의 사진이다.




    부모님과 룰루와 나는 한국 영화, '암살'을 보기 위해

    모처럼 근처 극장에 나들이를 하였다.

    재밌게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했다.



    천천히 주차장으로 가서

    영화 이야기를 재밌게 나누면서

    차를 타고 집에와

    모두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가는 중

    깜깜한 밤에

    아버지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셨다.



    그 후 아버지는 죽을 고비를 넘기신 뒤 침대 신세를 지게 되셨고

     부모님은 한국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게 2 년 반 전의 일이다.


    그날 그때를 돌이켜 생각할 때마다

    바로 40 분 전에 일어날 일을 까맣게 모르고 

    사진 속, 행복한 순간을 당연히 여기면서 미소짓던 우리의 모습에

    허탈감을 느낀다.

    바로 한치 앞도 못보고 사는 우리들...


    동시에

    한치 앞을 못보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세 시간 후, 아버지가 넘어지실 것을 알았더라면

    내가 영화관 의자에 푹 잠겨서 한국어로 영화를 보는 호사를 만끽하는 순간을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시간 후의 사고를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는 아무도 미소를 띄며 사진을 찍지도

    맛있게 밥을 먹으며 기뻐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몇 년 전, 오빠가 6 월에 돌아가실 것을 알았더라면

    그 직전 5 월에 오빠가 우리집에 오셨을 때

    그렇게 밝게 웃고, 행복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 

    몰라서 복이었다.

    몰라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고,

    몰라서 웃을 수 있었고,

    몰라서 즐길 수 있었다.

     한치 앞을 몰라서 삶이 아름다움을 매 순간에 느꼈다. 



    한치 앞을 모르기에 삶은 살만하다.

    오빠의 죽음,

    아버지의 병환,

    이 두 사건은 나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바꿔놓았지만,

    한치 앞을 모르는 덕에

    나는 좌절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치 앞을 모르기에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싸울 것은 싸우면서 

    파도타기 하듯이 유연하게 살면 된다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힘든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을 만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한치 앞을 몰라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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