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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누이의 경쟁
    모성- doodle 2018. 2. 13. 14:06


    룰루와 랄라는 나이가 두 살 넘게 차이가 나지만

    룰루가 3 학년 때 유급하고

    랄라가 같은 학년에 월반을 하여

     내내 한 해 터울로 다녔다.


    여러 사람이 말렸고

    나도 우려의 마음이 없지 않았다.

    (유급 함부로 하지 말라,

    월반 함부로 하지 말라---

    그런데 그걸 동시에 했으니...)

    그럼에도 

    아이들 각자의 지능과 발달 상태, 그리고 내가 자주 쓰는 말---아이들의 DNA 가장 맞는 환경을 택하다보니-- 

    유급과 월반을 동시에 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그럭저럭 다니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두 아이의 삶이 확연하게 달라지면서 

    사람들이 간혹 질문을 했다.


    "동생이 그렇게 잘나가니 오빠가 힘들어하지 않느냐"


    그럴 질문이 나올 법한게

    룰루는 4 년 내내 스포츠, 음악, 클럽---하/나/도 참여하지 않고, 친구들도 별로 없이,

    존재감 '제로'의 학교 생활을 했다.

    (나는 혼자 그를 '방콕 왕자님'이라 생각했다)

    오빠가 방에 틀어박혀 있는 왕자님이었다면 

    랄라는 4 년 내내 인기투표에서 여왕으로 뽑히고 총학생회장에 홈커밍퀸까지 바쁘고 화려한 학교 생활을 했다.



    그런데 그게 두 아이 사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동생이 잘난척하며 오빠를 무시 하지도,

    오빠가 자격지심으로 동생을 질투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았다.


    자라면서 둘이 무척 많이 다퉜지만 

    한번도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싸움을 한 적이 없다.

     얘들이 불필요한 경쟁이나 질투에 사로잡히지 않고 존중하는 게 나 스스로도 신기했다.


    분명 어려서는 '오누이의 경쟁' 이란 게 우리집에도 존재 했었기때문이다.

    오빠가 쥬스를 조금 더 마시면 피해의식을 느끼는 동생

    동생이 피자 조금 더 먹으면 분노하는 오빠...


    정확한 분배를 요구합니다~

    쟤한테 더 주면 안되요!

    나도 똑같은 그릇에 줘요!


    그래서 나는 마치 실험하는 과학자처럼 양을 정확히 하거나

    아니면 정확히 하는 척이라도 해야했다.

    예로 똑같은 크기의 잔에, 똑같은 양의 음료수에 똑같은 크기의 피자 조각을 잘라주는 식--.




    아이들에게 원초적인 공정함의 잣대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 너희들이 맞아. 

    공정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좋은 거야' 

    하면서 마치 눈금을 재고, 자로 재는 듯이 '쇼를 하면서'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네가 오빠니까 양보해야지' 라던가

    '네가 동생이니까 오빠에게 더 줘야지' 는 

    아이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강요하지 않고

    그냥 정확히...정확히...


     피짜 조각, 쥬스 한방울은 

    애들에게는 부모의 사랑의 크기로 느껴질 수 있다.

    엄마의 인정과 사랑을 두고 경쟁하는 애들에게

    정확히 재서 주는 척이라도 하니

    애들이

    불필요한 피해의식이나 애정 결핍은 느끼지 않았던 것같다.


    또 하나,

    고등학교 시절에 그리도 중요하다고 하는

    아이들의 공부와 사회적인 인정에 

    남편과 내가 좀 무심했던 것도 

    두 아이의 관계에는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싶다.


    랄라가 매년 회장 선거 나갈 때마다,

    인기 투표 할 때마다

    여러 대회 나갈 때마다

    그리고 매번 운이 따르는지 좋은 소식을 들고 올 때마다

    남편과 내가 아이 입장에서는 거의 무관심하다 느낄 정도로 덤덤한 반응이었다.


    "오, 그랬니?!"

    "잘되었구나!"

    (나의 반응)


    남편은 완전 독종 무관심.


    "랄라가 퀸이 되었다고 문자 왔어" 라고 소식 전해주면

    예이~~! 하고 좋아하기는  커녕

    "미국 애들은 나이가 다 먹어서도 왜 킹이니 퀸이니 하고 놀지?" 하고

    문화적 고찰/비판에 빠져든다. 


    랄라 부모가 이런 꼬라지라는 걸 알고

    랄라의 절친이,

    "너, 부모가 그래도 괜찮니?" 하고 동정과 우려를 표현했다고 하더라.


    돌이켜보면 4 년 내내,

    랄라가 더 많이 이룬다고 우리의 관심을 더 받지도 않고,

    룰루가 폐인처럼 방구석에서 처박혀 외로운 틴에이저 시간을 보낸다고 잔소리 듣지 않았다.

    그냥 생긴대로 받아주고 존중하고 사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사람들의 경험에 의거해서 해주는 조언이나

    심리학자나 교육학자들이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된다' 라고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DNA 를 잘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우리의 경우는 아이들의 타고난 개성을 철저히 존중해준 것이

    아이들 각자의 성장에,

    그리고 불필요하게 꾸겨지지 않는 둘의 관계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이들이 각자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오누이의 관계에 새 활기가 불어넣어질 것이고 변화가 생길 것같다.


    계속 지금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만..

    두고봐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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