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병간호와 임종, 장례식 등등을 통해서 나는 이제까지 멀리 떨어져있던 한국 문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한국을 떠난지 오래되었기에 최근들어 한국이 아주 새롭고 흥미로운 외국처럼 느껴질 때도 종종 있었다. 

허나 죽음이라는 급작스러운 일로 만난 한국 문화는 내가 이방인임을 절실하게 느끼게끔 만들었다. 나는 한국사람의 외모를 지닌,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외국인이었다. 바로 그런 이방인 의식은 내가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나는 문득문득 드는 질문들을 혼자 삭여내야했다. 가끔 외로웠다.

 

내가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그사람이 그렇게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이지? 

나한테 좋으라고 소리인거겠지? 근데 나는 기분이 좋지?

내가 생각하는대로 하는 건 안되는 건가봐?


오빠는 돌연사를 하셨고, 86  아버지, 80  엄마, 50  초반의 부인을 두고 떠나셨다.  오빠와 새언니에게는 자녀가 없다.

  세가지 사실때문에 오빠의 죽음은 그냥 죽음보다 생각거리를 더 많이 주었던 거같다

 

나는 이번에 일을 치루면서 결혼과 죽음은 자기가 원하는대로 하기 위해서 가장 투쟁을 해야하는 문화적 사건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결혼할 관습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설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가 만든 웨딩드레스 입고 내가 원하는 식으로---20 명의 직계가족만 모인 예배---혼식을 올린 뒤에 사람들이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건가’ ‘축하받지 못한 결혼이 불쌍하다라고 수근거렸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 그런 말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거라 예상을 했었는지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빠의 죽음과 장례를 걸치면서 옛날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나는 오빠가 스스로의 입장을 표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오빠를 묘사하고 정의하는 것을 많이 보면서, 아...이게 내가 참 힘들어했던 한국 사회의 면모였지 떠올렸다. 간섭의 문화 말이다. 인간이니만큼 호기심이 있을 수도 있고, 비판이나 연민이나 자기 마음대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지만, 자기 생각이 그렇하다고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고, 그러면서 전혀 불편하지 않은 '간섭'의 문화....그래서 고인에게도 자기 눈에 보이는 잣대로 재서 정의하여 불쌍하다고 한바탕 우는건데....다른 눈물은 참 고맙지만 그 눈물만은 받아주기가 쉽지 않았다.


당사자인 오빠가 있었다면 그냥 무시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무대기 들으면서 오빠에게 미안했다. 저세상에 가신 오빠를 그런 이야기들에서 지켜주고 싶었는데.....


세상의 기준으로 결점이라고 보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오빠를 동정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전혀 악의가 음을, 아니 선의로 똘똘 뭉쳐있음을, 알지만 불편했다.  사회에서 정해준 가지 않으면 어떻게서든지 결점을 찾아내는 것이 20 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없는가 싶어서 좀 놀랐다. 나는 한국이 많이 변해서 나아졌으리라고 믿었기때문이다. 내가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은 오히려 자기 원하는대로 사는 것을 이해해주고 긍정적으로 보아주는지라 어쩌면 내가 현실을 몰랐었을 있고, 아니면---나는 제발 이랬으면 좋겠는데---오빠가 속한 50 중반의 세대는 옛날 사고에 묶여있어서 그런 것이지 젊은 세대는 규격화에서 벗어난 삶을 존중해주지 않을까생각해본다.


고인의 삶과 죽음은 가능한한 그가 원하였던 삶의 척도에 놓고 봐주는 게 예의이다. 공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산 사람들에게야 좀 다른 척도가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남에게 폐주지 않고 조용히 삶을 산 이의 삶을 남아있는 자들이 자기의 선입견과 편견에 의해 정의하는 것은---아니 그것을 위로랍시고 유족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공평치 않을 뿐만이 아니라 무례다. 가슴에 못을 밖는 행위이다.  


아니, 따지고 보면  살아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들 사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안한 사람은 이래서 문제야...' '애들을 저렇게 키우면 안되지' '돈은 저렇게 쓰면 안된다' 등등 참견, 남이 살고 싶은대로 살게 두지 않고 뒷말하고, 정의하고, 폄하하는 버릇은 안타깝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한 일이다.  참견과 간섭은 죽은 사람에게나 산 사람에게나 삼가해야할 일이다.


살아서 원하는대로 살게 해주고 죽은 뒤에 간섭하지 않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