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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 밤의 혼자 생각
    스치는 생각 2008. 9. 17. 08:59



    지금 깊은 밤이에요.

    책 읽고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자기 전에 잠깐 글 올려요.


    요즘 말이 별로 없이 조용히 사니까 이리 좋을 수가 없네요.

    청소도 쉽게 하고, 아이들도 많이 도와주고,
    밥은 여전히 대강해먹고,
    아이들한테서도 좀 자유로워졌어요.

    며칠 전에

    '너희는 대학갈 돈이 없을 가능성이 크니까, 열심히 알아서 공부하라우~~. 근데 못해도 상관없다우. 그러면 동네 2 년제 대학 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우. 늬들도 빚지지 말고 살고, 우리 부모들도 빚내서 늬들 공부시키는 일 없이 하자우~~' 하고 선언하고 저는 뒷전에 물러 앉았습니다.

    9 살이고 11 살이면 혼자 알아서 할 때도 됬지 않았음둥?  그렇지비...그렇지비.... (말되 안되는 함경도 사투리 끝마무리.-.-)

    살림을 못하긴 해도, 그래도 10 년 지나니까 그 때 그 때 허기를 면하는 방법은 터득했기에 그것도 살만하고요.
    (애들이 학기초에 자기 가족 소개하는 게 있었는데, 아빠는 요리 잘한다고, 아빠가 한 감자, 생선, 튀김, 크레이프, 도너츠 등등에 대해 자랑했더군요. 이 어미에 대해서는 간단해요. funny 하고 crazy 하다고. 그래도 내가 365 일의 절반은 밥 먹여주는 감사한 마음이 없다니 몹쓸.....나 복수하리라~~ 혼자 라면 끓여먹으리라~~!!)

    제가 글을 많이 안 쓰는 것도 저의 현재 행복감에 일조하고 있어요. 언어에 매이지 않는 것...몸으로 사는 것, 그게 참 좋아요.

    아까 친한 언니께 말씀드렸듯이, 지금 제 기분이 1 년간 꼭꼭 쪽지고 살던 머리를 풀어 길게 늘어 뜨리고
    차가운 냇물에 들어가 가만히 떠 있는 기분이에요. 맑고 차가운 물이 내 머리를 적시고, 머리카락은 아무 무게도 안 느껴지게 서서히 물에 풀려져가고....

    (음..뻘건 캣쳡을 입에 바르면 영락없는 귀신 모습이구나.-.-)

    자유로움. spontaneity.
    흐르는 시간을 정지하지 않고, 글로 말로 잡아매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흠뻑 젖어들어 사는 것.

    그게 너무 너무 행복해요.
    충전의 시간인지, 아니면 이게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인지, 두고봐야할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아주 필요한 시기인 같아요.

    원하는 것, 대담하게 추구하는 거.
    그게 뛰어드는 것이든, 뒷전에 물러나는 것이든,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은 게 아니겠슴둥?

    옛날 옛날에
    한국에 있었을 때, 제가 유학 떠나기 직전이었던 거 같아요.

    아버지 지기 중에 좋은 학교 나와서 외국에 나가 대사일도 하던 분이 갑자기 쌀장사를 시작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때 제가 커리어에 목 걸고, 성공과 돈에 눈이 어두웠던 야심만만 시절이었는데, 그 쌀장수 아저씨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어요.

    '그 사람...어떤 마음일까? 그런식으로 갑자기 진로를 바꿀 때의 기분이 어떨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던데...쌀파는 일.  부럽다.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거 해서...'

    그냥 좀 부러웠어요. 그리고나서 제가 투쟁적으로 살던 젊은 시절, 가끔씩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그냥 잘나가다가 다 때려치구 쌀장수를 시작한 그 분을 떠올리곤 했었어요. 그 사람은 행복했을까? 은자의 생활이 좋았을까? 후회가 없었나?...

    쌀장수 아저씨 이야기를 들은 지 20 년이 넘어가는 올해, 제가 아버지께 여쭸습니다.

    아버지, 그분은 어떤 분이셨나요? 쌀장수..

    아버지가 "오오! 넌 어떻게 그 사람을 아니? 어떻게 그 사람을 기억하니?' 놀라시더군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셨다며..

    '아버지, 내가 그 때 그 아저씨 이야기 들은 뒤에 오늘날까지 가끔 생각했었어요. 나는 절대로 못할 선택같은 걸 한 사람같아서 인상적이었고....부럽고 그랬어요. 궁금했고.."

    아버지 말씀으로 그분은 돌아가셨는데 행복하셨다더군요.  그렇지요. 그렇지 않을 리가 없지요--라고 속생각 했어요.

    왜 그 쌀장수 님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냥 ...믿는 바대로, 하고싶은 것을 정직하게 추구하는 게 행복의 기본이라는 거. 제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어렸을 때도 저에게 그런 식의 생각이 있어ㅆ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 같아요.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고, 여러 길 가보고 나서 선택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거 같고.


    쌀장수가 '은둔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고, 명예와 권력을 쥐고 있던 남성이 다 버리고 쌀장수가 되었다면...은둔자 mindset 은 어느 정도 있는 거 같아요.  욕심에 매이지 않은 상태, 욕심에 의해 놀아나기를 거부하는 용기.

    그런데 말이에요. 이게 아줌마 뱃짱인지, 갱년기 영향인지
    저도 이젠 좀 더 자신있게 제가 원하는 것을 정의하고 추구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점점 더 커가는 게 저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있고,
    그것보다는 저 스스로 충전이 많이 되어 사람들, 사회를 보는 눈이 편해진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은둔자는 아니지만,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제 삶이, 매이지 않은 삶, 침묵 속에서 충전되는 삶이 뱃짱처럼 든든히 올라오는 자신감의 원동력인 거 같아요.

    물론 좀 이렇게 살다가 다시 몸과 마음 추스려서 세상으로 뛰어들어야겠지요마는..
    일단은 땋은 머리 다 풀어 머리에 둥둥 띄우고, 자유롭게, 묶이지 않고
    현재를 즐길렵니다.


    아아, 졸리네요.
    늦어서 조을린 것도 있고, 제가 하는 소리가 진부하다 보니 잠이 쏟아지기도 하고...


    사진 한 장 올립니다. 카메라를 의식하되, 카메라에게 더 잘보이려고 애교떨지 않고, 그렇다고 더 잘 안 보이겠다고 폼잡지도 않는, 저 시선을 너무 좋아해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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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밑은 저와 랄라가 심수봉 님 공연을 관람하러 갔을 때 주고받은 키스~의 사진입니댜.
    불란서 여성들 맨날 '쎄시봉, 트레봉' 봉봉 거려서인가 입이 쪼글쪼글 주름이 많다 했는데..
    저 사진 보니 저도 입주름이 장난이 아니네요.  (이 몸, 신경 안 쓰지비.^^) 부모님께 아이가 한복입은 사진을 올리려고 하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리 그냥 올립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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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아버지, 한가위 잘 보내셨지요?
    오빠랑 언니랑 같이 하니 엄청  즐거우시겠다. 저 이제 자러가요. 쪽쪽~~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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