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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 so happy'
    부모님 이야기 2018. 11. 2. 17:10

    강대건 씨는 10 월 18 일 자정 가까이 병원에 입원하셨다.

    하루 지나 20 일은 강대건 씨와 이춘산 씨의 결혼 기념일.

    62 년.


    아침에 단정한 용모로 나타나신 춘산씨가

    대건씨한테 

    짐짓 유쾌한 목소리로


    "여보, 오늘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에요."


    라고 하니

    대건씨가 뭔가 말을 할듯 말듯한 표정이다.

    뇌출혈로 몸의 왼쪽이 마비가 와 말씀하시는 게 힘들다.


    자신이 대건씨의 삶에 가장 큰 활력소임을 아는 춘산씨는

    위기 상황에는 한층 더 활기차게, 걱정의 마음을 나타내지 않고 대건씨께 말한다.


    "오늘은 신희가 와요. 에밀이 공항에 가서 데리고 올 거에요.

    당신, 좋죠?"


    대건씨의 눈이 반짝였다.



    딸과 사위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 동안

    춘산씨는 대건씨 옆에 앉아서

    찬송을 불러드리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대건씨한테 말했다.


    "여보, 지금까지 내게 든든한 남편이어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나를 늘 존중해줬어요.

    고마워요.

    당신때문에 난 행복했습니다.

    사랑해요.

    많이 사랑해요."


    그 말을 하면서 춘산씨는 이제까지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흐느껴 우는 춘산씨에게

    대건씨가 얼굴의 경련을 이겨내고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62 년간의 결혼 생활이란 여정이 이제 죽음에 의해서 끝나게 되었다.

    ,서로에게 어렵고 어두운 길을 밝히 비춰주는 밝은 횃불과도 같았던 대건씨와 춘산씨는 

    성격이 너무도 다르고

    삶이 너무도 고달프다보니 

    많이도 다퉜지만

    병과 싸우는 동안, 

    그들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화해를 했고,

    죽음이 한층 더 가까워진 뒤에는

    사랑을 표현하고 확인했다.



    ---




    사위가 꽃을 들고 왔다.

    손자가 왔다.  

    대건씨는 "에밀!" 하고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오후에 큰딸이 캔사스에서부터 급히 왔다.

    밤 늦게 손녀가 공항에서부터 직접 병원으로 왔다.

    이래저래 행복한 결혼 기념일이 되었다.

    죽음이 침대 밑에 도사리고 있지만

    대건씨는 행복했다.



    '


    이틀 후 아침,

    대건씨는

    "할아버지~~" 하고 들어서는 손자와 손녀를 보곤 입을 활짝 열었다.

    아마 웃으시는 것같았다.


    대건씨는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의 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말했다.


    "I'm so happy!"


    대건씨의 상황은 어떤 면으로든 'happy' 란 감정이 느껴질 상황이 아니었다.

    팔에 주삿바늘이 여러 개,

    정상수치가 아닌 혈압, 혈당, 맥박때문에 기계가 삑삑,  

    소변에는 피가 섞여 나오고

    하루 반 동안 애플소스 반 컵 말곤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변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피한 거지? 


    나는 사진기를 들고 찍으며 물었다.


    "abuji, why are you happy?"


    대건씨는 천천히 대답했다.


    "because....you guys...all came."






    이 말을 한 뒤, 

    대건씨는 13 시간 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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